

퇴근길 2호선, 사람들 틈에 끼어 습관처럼 증권 앱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올랐을까, 어제보다는 덜 빠졌을까.
숫자를 보는 순간 손가락이 멈찾습니다. -2억 135만원 .
3년 동안 모은 돈에 전세 자금 일부까지 보태 만든 3 억 계좌에, 9,865만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봉었다가, 다시 같은 화면을 또 봤습니다.
손이 떨려서 화면이 자꾸 흔들렸습니다.
옆자리 직장인이 힐끗 제 화면을 보는 것 같아, 얼른 화면을 껐습니다.
"처음엔 2천만원이었습니다" 시작은 작았습니다.
회사 동료가 "반도체 다음은 무조건 이거야"라며 알 려준 종목에 2천만원을 넣었습니다.
두 달 만에 40%가 올랐고, 점심시간마다 수익률을
보는 게 낙이 됐죠.
'2천만원으로 800만원이면, 2억이면 8천만원이잖아!
그날 밤 적금을 깨고, 전세 대출로 마련해 둔 여윳돈
까지 계좌로 옮겼습니다.
그날이 꼭대기였다는 건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동료는 그 주 금요일에 수익을 반쯤 챙겨 나갔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석 달 뒤에야 들었고요.
주가가 -30%를 찍던 날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다가도 화장실에 앉아 호가창을 봤습니다.
새벽마다 커뮤니티를 새로고침하며,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증거를 찾았습니다.
다른 종목 게시판까지 넘어가 읽다가, 한 글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지난번 7억 손해 보고 손절했다가, 다시 입성한 이 후 벌써 3억 마이너스.. 늙은이 시험 들게 하네요"
7억을 잃고 손절까지 했는데, 같은 주식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 글을 보니 희망이 생겼습니다
힘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