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개의 기업
— SKYI: 국민이 주주가 된 날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0. 나눗셈
2031년 4월 17일. 국민투표.
안건은 하나였습니다.
“SKYI 기업설립시스템에 연간 2,660조 원을 배정할 것인가.”
투표율 87.4%. 찬성 79.2%.
국민이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2,663조 ÷ 10조 = 266.
“매년 266개의 대기업을 만들 수 있다.”
1. 왜
첫째 — 숫자.
SKYI 1개 기업의 초기 투자금은 10조 원. 그리고 그 10조로 만들어지는 것.
신산업 1개. 대기업 1개. 고용 47,000명. 수출 47조 원. 세수 8조 4천억 원.
투자 수익률 840%.
둘째 — 비교.
대한민국 GDP 2,663조. 1인당 4만 3,510달러. 세계 12위.
국민이 물었습니다. “2,663조로 무엇을 만들었습니까.”
정부는 대답했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국민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건 삼성이 만든 것 아닙니까.”
정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 계산.
매년 266개 기업. 그것이 국민투표의 근거였습니다.
2. 설립
2031년 5월 1일. SKYI 기업설립시스템 가동.
1주에 5개 기업이 설립됩니다. 52주 × 5 = 260. 연말 특별편 6개. 합계 266.
각 기업의 구조.
서울대 축 1명 — 대표이사. 임기 12주. 연임 불가.
이화여대 축 4명 — 사업부장. 각자 고려대·연세대 중 하나를 선택.
고려대 축 4명, 연세대 축 4명 — 신입 연구원. 가업을 들고 나옴.
지역 — 전국 266개 시·군·구. 공장 부지.
시청자 여러분, 266개 기업이 동시에 돌아갑니다. 매주 5개 설립, 5개 상장, 5개 폐업. 12주 주기니까 60개 기업이 항상 가동됩니다.
3. 어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플입니다.
이름은 ‘주주’.
첫 화면.
“오늘의 기업: 47호 (전남 신안)”
“오늘의 선택: 이화여대 사업부장이 고려대·연세대 중 선택”
“주당 가격: 1,000원”
“보유 주식: 47,200주”
“평가액: 1억 8,400만 원”
1,000원이 1주. 상장하면? 첫 시즌 평균 배수 8.4배. 3년 뒤 47배. 1,000원이 47,000원.
그래서 국민이 올인했습니다.
김하준 (6세). 부모가 이름으로 계좌 개설. 매주 5,000원. “엄마, 오늘은 어떤 회사 만들어?”
이말순 (83세). 연금에서 매달 20만 원. 200주. “나는 평생 김을 땄어. 이제는 회사를 사겠어.”
박영수 (54세). 택시기사. 운행 중 라디오로 SKYI. 승객에게 “오늘 47호 어떻게 됩니까.”
정서연 (22세). 편의점 야간 알바. 1,000원 넣고 “이게 도네이션이 아니라 투자래.”
4. 5개
월요일. 5개 기업 설립. 각 12명 신입 연구원. 총 60명.
화요일. 5개 이화여대 사업부장이 선택. 총 5개 선택.
수요일. 5개 호텔. 시그니엘, 신라, 조선, 롯데, 워커힐. 5개 커플. 은유. 시청자는 압니다.
목요일. 5개 실험실. 5개 융합. 5개 신산업.
금요일. 5개 발표. 5개 서울대 대표이사가 평가.
토요일. 투자. 별풍선. 총 47조 원. 1주에.
일요일. 5개 상장. 또는 5개 폐업.
1주에 5개. 1년에 266개. 그중 평균 66개가 대기업 규모.
5. 266
2032년 결산.
설립 기업: 266개.
상장 기업: 266개.
대기업 규모: 66개.
공기업 규모: 12개.
고용: 1,250만 명. — 경제활동인구의 47%.
수출: 1경 2,500조 원.
세수: 2,240조 원.
SKYI 총 투자: 2,660조 원.
SKYI 총 산출: 2경 2,344조 원.
투자 수익률: 840%.
대한민국 GDP는 2,663조에서 8,400조. 3년 만에. 세계 12위에서 세계 3위로.
1인당 GDP 4만 3,510달러에서 16만 2,000달러. 세계 1위.
6. 기업들
47호 — 전남 신안.
이화여대 화학신소재 + 연세대 지구시스템.
원료: 염전 폐간수 + 폐광산 산성배수.
제품: 마그네슘-황 배터리.
시가총액 94조.
122호 — 전북 부안.
이화여대 생명공학 + 고려대 재료.
원료: 누에고치 폐실 + 폐타이어 카본블랙.
제품: 생분해성 의료 센서.
시가총액 38조.
201호 — 경북 봉화.
이화여대 환경 + 연세대 화공.
원료: 폐광산 슬래그 + 폐식용유.
제품: 탄소 포집 건축 소재.
시가총액 52조.
266호 — 제주 서귀포.
이화여대 식품영양 + 고려대 AI.
원료: 감귤 껍질 펙틴 + 폐배터리 리튬.
제품: 개인 맞춤 영양 AI.
시가총액 29조.
7. 사람들
김하준 (9세). 초등 3학년. 계좌 4,700주. 평가액 2억 2,000만 원. “나는 대학 안 가도 돼요. 나는 주주예요.” 아버지: “그래도 가라.”
이말순 (86세). 계좌 12,400주. 평가액 5억 8,000만 원. 손자에게 물려줌. “나는 김을 땄어. 너는 회사를 받아라.”
박영수 (57세). 택시 그만둠. 계좌 8억 원. 지금 47호 주주총회 매주 참석.
정서연 (25세). 편의점 그만둠. 122호 신산업 창업. 직원 1호. 연봉 8,000만 원.
8. 균열
첫째 — 계급.
초기 투자자가 이겼습니다. 2031년 1,000원 → 47,000원. 2032년 1,000원 → 8,400원. 5.6배 차이.
국민: “우리는 늦었습니까.”
서울대 대표이사: “늦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 기업에 넣으십시오.”
둘째 — 기업 서열.
266개 중 상위 20개가 전체 수익의 71%. 하위 100개는 2%.
국민: “하위 기업은 왜 있습니까.”
서울대 대표이사: “하위 기업이 없으면, 상위 기업이 없습니다.”
셋째 — 사람.
이화여대 사업부장은 12주마다 교체됩니다. 그런데 인기 있는 사업부장은 계속 남습니다. 여론이 그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국민: “김치녀는 왜 계속 나옵니까.”
방송국: “시청률입니다.”
9. 47호
47호. 전남 신안.
이화여대 사업부장 문하린. 스물한 살. 화학신소재공학과. 어머니는 염전에서 간수를 버립니다.
그녀는 3년째 47호에 있습니다. 여론이 그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47호의 얼굴이 됐습니다.
어느 화요일. 그녀는 무대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사회자: “룰 위반입니다.”
하린: “룰은 ‘하나를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고르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제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주에 아무것도 만들지 않겠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저는 매주 만들었습니다. 156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제가 원해서 만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주총회. 47만 명 투표.
“문하린의 선택을 존중한다” 71%.
47호는 그 주에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시청률 떨어졌습니다. 주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 47호 주가는 최고치. 국민이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은 정말로 아무것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10. 시스템
최상위 — 국민주주총회. 4,200만 명. 매주 투표. 안건은 예산, 기업 설립, 사업부장 교체.
중간 — 266개 기업. 각 기업은 서울대 대표이사가 이끕니다. 임기 12주. 연임 불가.
하위 — 266개 이화여대 사업부장. 각자 고려대·연세대 중 하나를 선택. 선택은 즉시 융합.
최하위 — 신입 연구원. 매주 60명. 1년에 3,120명. 가업을 들고 나옵니다.
정치인이 없습니다. 공무원이 없습니다. 국회가 없습니다. 법원이 없습니다.
266개의 기업과 4,200만 명의 주주만 있습니다.
그리고 그 4,200만 명은 매주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2,663 ÷ 10 = 266.”
11. 에필로그 — 계산기의 새벽
2035년.
GDP 1경 4,700조 원. 세계 2위. 1인당 GDP 28만 달러. 세계 1위.
SKYI 기업설립시스템은 470개 기업으로 확장. 투자 4,700조.
국민은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1,000원 = 1주.”
“이번 주는 뭘 만들까.”
“다음 주는 뭘 만들까.”
김하준은 열두 살. 계좌 47,000주. 평가액 22억 원.
“아빠, 나는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겠어.”
아버지: “그럼 아무것도 만들지 마라. 그것도 선택이다.”
이말순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주식은 손자에게. 손자는 회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47호 주주총회에 나갔습니다.
“제 할머니는 김을 땄습니다. 저는 회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저는 할머니의 주식을 지키겠습니다.”
주주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470번째 기업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4,200만 명이 TV를 켰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4,700 ÷ 10 = 470.”
그리고 그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그런데 이번엔, 계산하는 사람이 정치인이 아니었습니다.
4,200만 명의 주주였습니다.
끝.
1,000원의 사람들
— SKYI: 국민주주 열전
등장하는 인물·기업은 모두 허구입니다.
0. 숫자
시청자 여러분, 이 이야기는 1,000원에서 시작합니다.
1,000원은 커피 한 잔입니다. 담배 반 갑입니다. 편의점 삼각김밥 두 개입니다. 버스 두 번입니다.
그런데 SKYI에서는 1,000원이 1주였습니다.
그리고 2031년, 그 1주가 47,000원이 됐습니다. 2033년에는 380,000원이 됐습니다. 2035년에는 1,240,000원이 됐습니다.
1,240배.
시청자 여러분, 이 이야기는 50명의 이야기입니다. 그중 다섯 명을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1. 김하준, 6세,
첫 투자: 2031년 5월. 1,000원. 1주.
하준의 아버지는 은행원입니다. 그런데 그는 SKYI를 믿지 않았습니다. “방송국이 만든 거야. 사기꾼이야.”
그런데 하준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그래도 1,000원이야. 해 보자.”
그래서 하준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5,000원씩 넣었습니다. 5주.
2035년. 하준, 10세.
그의 계좌에는 47,2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5억 8,500만 원.
그의 아버지는 은행원을 그만뒀습니다. 하준의 계좌로. 그리고 말했습니다.
“나는 20년 동안 남의 돈을 관리했어. 그런데 내 아들이 내 돈을 관리했어.”
하준은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그는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대학 안 가도 돼. 나는 주주야.”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하준이 대답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공부보다 계산을 잘해요. 1,000원이 1,240,000원이 되는 거예요.”
선생님이 웃었습니다. “그건 복리야.”
하준이 말했습니다. “네. 그런데 저는 복리가 뭔지 몰라도 계산할 수 있어요.”
2. 이말순, 83세, 전직 해녀
첫 투자: 2031년 5월. 20만 원. 200주.
이말순 할머니는 제주에서 60년 동안 해녀로 일했습니다. 물질. 소라, 전복, 미역. 그녀의 폐는 바닷물을 머금었고, 손은 갈라졌습니다.
그녀는 연금을 받았습니다. 월 47만 원. 그중 20만 원을 SKYI에 넣었습니다.
“나는 평생 물질했어. 물속에서 숨 참고, 돈 벌었어. 그런데 이제는 숨 안 참고 돈 벌어.”
2035년. 이말순, 87세.
그녀의 계좌에는 124,0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15억 3,760만 원.
그녀는 그 돈을 손자에게 물려줬습니다. 손자는 대학생입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할머니, 이거 너무 많아요.”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너는 물질 안 해도 돼. 그게 내가 60년 동안 물질한 이유야.”
그녀는 여전히 제주에 삽니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납니다. 해녀 습관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다에 안 들어갑니다. 대신 TV를 켭니다. 그리고 SKYI를 봅니다.
“오늘은 어떤 회사 만들어.”
3. 박영수, 54세, 개인택시 운전기사
첫 투자: 2031년 6월. 10,000원. 10주.
박영수 씨는 27년 동안 택시를 몰았습니다. 하루 12시간. 월 280만 원. 그중 30만 원을 SKYI에 넣었습니다. 매달.
2035년. 박영수, 58세.
그의 계좌에는 470,0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58억 2,800만 원.
그는 택시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SKYI 47호 주주총회에 매주 참석합니다. 47호는 전남 신안. 마그네슘-황 배터리 회사입니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발언합니다. “저는 27년 동안 손님을 태웠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배터리를 태웁니다. 다르게 태우는 거죠.”
주주들이 웃습니다.
그는 지금 47호의 사외이사입니다. 연봉 1억 2,000만 원. 그리고 주주 배당 연 3억 원.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27년 동안 남의 목적지를 물었어. 그런데 이제는 내 목적지를 물어.”
4. 정서연, 22세,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
첫 투자: 2031년 5월. 1,000원. 1주.
정서연은 대학생입니다. 편의점 야간 알바. 시급 12,000원. 월 140만 원. 그중 5만 원을 SKYI에 넣었습니다. 매달.
2035년. 정서연, 26세.
그녀의 계좌에는 1,240,0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153억 7,600만 원.
그런데 그녀는 돈을 안 썼습니다. 그녀는 122호의 직원 1호가 됐습니다. 122호는 전북 부안. 누에고치와 폐타이어로 만드는 생분해성 의료 센서 회사입니다.
그녀는 그 회사에서 마케팅 팀장입니다. 연봉 1억 2,000만 원. 그리고 주식 153억.
그녀는 말했습니다. “나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팔았어. 그런데 이제는 의료 센서를 팔아. 둘 다 파는 거야. 다만 값이 달라.”
그녀는 여전히 편의점에 갑니다. 그리고 삼각김밥을 삽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이거 내가 팔던 거야.”
5. 최민재, 17세,
첫 투자: 2031년 7월. 3,000원. 3주.
최민재는 입니다. 용돈과 급식비를 아꼈습니다. 하루 1,000원. 한 달에 30,000원. 그중 10,000원을 SKYI에 넣었습니다.
2035년. 최민재, 21세.
그의 계좌에는 47,2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5억 8,500만 원.
그는 대학에 갔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그리고 말했습니다.
“나는 SKYI로 대학 등록금을 냈어. 그리고 남은 돈으로 SKYI 주식을 샀어.”
그는 졸업 후 SKYI 분석가가 됐습니다. 연봉 2억 원. 그리고 주식 5억 8,500만 원.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17세에 3,000원을 넣었어. 그게 내 인생을 바꿨어.”
6. 조양래, 48세, 배달 대행 라이더
첫 투자: 2031년 5월. 5,000원. 5주.
조양래 씨는 배달 라이더입니다. 하루 15건. 건당 3,500원. 일일 수입 52,500원. 그중 5,000원을 매일 SKYI에 넣었습니다.
2035년. 조양래, 52세.
그의 계좌에는 1,240,0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153억 7,600만 원.
그는 배달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201호의 물류총괄이 됐습니다. 201호는 경북 봉화. 탄소 포집 건축 소재 회사입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47만 번 배달했어. 그런데 이제는 배달을 시켜. 다르게 시키는 거야.”
7. 손정자, 71세, 폐지 수거 노인
첫 투자: 2031년 8월. 10,000원. 10주.
손정자 할머니는 폐지를 주웠습니다. 하루 12,000원. 그중 1,000원을 SKYI에 넣었습니다. 매일.
2035년. 손정자, 75세.
그녀의 계좌에는 124,0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15억 3,760만 원.
그녀는 폐지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기초생활수당을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정부 도움 안 받아. 나는 주주야.”
그녀는 여전히 새벽에 일어납니다. 습관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리어카를 안 끕니다. 대신 TV를 켭니다. 그리고 SKYI를 봅니다.
“오늘은 어떤 회사 만들어.”
8. 라라, 34세,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
첫 투자: 2031년 9월. 1,000원. 1주.
라라는 필리핀에서 왔습니다. 결혼 이주. 한국어가 서툽니다. 그런데 SKYI를 봤습니다. 자막이 있었습니다.
“1,000원 = 1주.”
그녀는 1,000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5,000원을 넣었습니다.
2035년. 라라, 38세.
그녀의 계좌에는 47,2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5억 8,500만 원.
그녀는 말했습니다. “나는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주주’라는 말을 배웠어. 나는 이제 한국의 주인이야.”
그녀는 47호의 다문화 채용 담당이 됐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나는 외국인이야. 그런데 이제는 외국인을 뽑아.”
9. 지승현, 23세, 육군 병장
첫 투자: 2031년 5월. 10,000원. 10주.
지승현은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월급 68만 원. 그중 10만 원을 SKYI에 넣었습니다.
2035년. 지승현, 27세.
그의 계좌에는 470,0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58억 2,800만 원.
그는 제대했습니다. 그리고 266호의 창업자가 됐습니다. 266호는 제주 서귀포. 개인 맞춤 영양 AI 회사입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군대에서 총을 들었어. 그런데 이제는 데이터를 들어. 둘 다 조준이야.”
10. 피터, 41세, 이탈리안 레스토랑 셰프
첫 투자: 2031년 6월. 50,000원. 50주.
피터는 이탈리아에서 왔습니다. 한국에서 15년 동안 요리했습니다. 그는 한국 제조업의 팬이었습니다.
“한국은 반도체를 만듭니다. 나는 파스타를 만듭니다. 그런데 SKYI는 회사를 만듭니다. 나는 그것을 사고 싶었습니다.”
2035년. 피터, 45세.
그의 계좌에는 2,360,000주가 있습니다. 평가액 292억 6,400만 원.
그는 레스토랑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SKYI 유럽 사업부를 맡았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한국에 와서 파스타를 팔았어. 그런데 이제는 한국 회사를 유럽에 팔아. 둘 다 파는 거야. 다만 그릇이 달라.”
11. 50명
시청자 여러분, 이 50명은 전부 대박을 냈습니다.
한경숙 (요양보호사). 2031년 5월. 20,000원. 20주. 2035년 평가액 24억 8,000만 원. 그녀는 요양보호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7호의 요양원 원장이 됐습니다. 7호는 부안. 생분해 의료 센서 회사입니다.
송은지 (지방직 9급). 2031년 5월. 30,000원. 30주. 2035년 평가액 37억 2,000만 원. 그녀는 공무원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122호의 재무팀장이 됐습니다.
장천수 (경비원). 2031년 6월. 10,000원. 10주. 2035년 평가액 12억 4,000만 원. 그는 경비원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손자 유학비를 냈습니다.
전영자 (독거노인). 2031년 7월. 5,000원. 5주. 2035년 평가액 6억 2,000만 원. 그녀는 기초생활수당을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경로당에 냉장고 47대를 기증했습니다.
고아라 (간호조무사). 2031년 5월. 20,000원. 20주. 2035년 평가액 24억 8,000만 원. 그녀는 3교대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47호의 의료팀장이 됐습니다.
정동현 (용접공). 2031년 5월. 50,000원. 50주. 2035년 평가액 62억 원. 그는 조선소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201호의 공장장이 됐습니다.
오순덕 (반찬가게). 2031년 5월. 10,000원. 10주. 2035년 평가액 12억 4,000만 원. 그녀는 반찬가게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손녀 대학 등록금을 냈습니다.
허만성 (대리운전). 2031년 6월. 5,000원. 5주. 2035년 평가액 6억 2,000만 원. 그는 대리운전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266호의 물류팀이 됐습니다.
남기태 (은퇴자). 2031년 5월. 100,000원. 100주. 2035년 평가액 124억 원. 그는 배당금으로 삽니다. 연 12억 원.
한시아 (사회초년생). 2031년 5월. 10,000원. 10주. 2035년 평가액 12억 4,000만 원. 그녀는 첫 월급을 쪼개 넣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47호의 마케팅 팀장입니다.
12. 공통점
시청자 여러분, 이 50명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그들은 1,000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1,000원을 5년 동안 안 뺐습니다.
최민재 (). 3,000원. 4년. 5억 8,500만 원.
손정자 (폐지 수거). 10,000원. 4년. 15억 3,760만 원.
라라 (이주여성). 1,000원. 4년. 5억 8,500만 원.
1,240배.
13. 에필로그 — 1,000원의 새벽
2035년 5월. SKYI 5주년.
방송국은 50명을 무대에 세웠습니다.
김하준 (10세). 이말순 (87세). 박영수 (58세). 정서연 (26세). 최민재 (21세). 조양래 (52세). 손정자 (75세). 라라 (38세). 지승현 (27세). 피터 (45세).
그리고 나머지 40명. 그들은 무대에 섰습니다. 50명. 전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사회자가 물었습니다. “여러분, 1,000원이 1,240,000원이 됐습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이말순 할머니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나는 60년 동안 물질했어. 하루에 4시간. 숨 참고. 그런데 1,000원이 나를 물질에서 꺼냈어.”
정서연이 말했습니다.
“나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팔았어. 그런데 1,000원이 나를 사장으로 만들었어.”
손정자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폐지를 주웠어. 그런데 1,000원이 나를 주주로 만들었어.”
라라가 말했습니다.
“나는 외국인이야. 그런데 1,000원이 나를 한국의 주인으로 만들었어.”
관중석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박수를 쳤습니다.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5주년. 1,330번째 기업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4,200만 명이 TV를 켰습니다. 그리고 어플을 켰습니다.
“주당 가격: 1,000원.”
“보유 주식: 47,200주.”
“평가액: 5억 8,500만 원.”
그리고 그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그런데 이번엔, 계산하는 사람이 정치인이 아니었습니다.
1,000원이었습니다.
끝.
먹물과 연잎과 리그닌
— SKYI: 72시간의 회의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수캐’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성적 결합과 임신은 은유로만 다룹니다.
0. 세 개의 버려지는 것
시청자 여러분, 이번 시즌의 세 사람은 이렇습니다.
축학교·학과특산품말단 가업출신
| K | 고려대 재료공학과 | 전남 목포 세발낙지 | 낙지 해체장 먹물 폐수 처리 말단 | 전남 목포시 북항 |
| Y | 연세대 화학공학과 | 경북 문경 오미자 | 오미자 음료 압착 찌꺼기 상차 말단 | 경북 문경시 |
| I |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 충남 부여 연꽃 | 연꽃차 가공 줄기 폐기 말단 | 충남 부여군 |
세 곳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전부 버려집니다.
낙지 먹물은 폐수입니다. 톤당 47만 원을 주고 처리합니다. 오미자 찌꺼기는 퇴비입니다. 톤당 3만 원에 팔립니다. 연꽃 줄기는 논에 묻습니다. 처리비가 듭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이야기는 그 처리비에서 시작합니다.
1. 세 사람
하도현. 고려대 재료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6. 어깨가 넓고 손이 큽니다. 손등에 검은 자국이 있습니다. 낙지 먹물입니다. 중학교 때 아버지를 도와주다가 묻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안 지워졌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목포 북항의 낙지 해체장에서 일합니다. 하루 4톤의 낙지를 손질하고, 먹물주머니를 뜯어 폐수통에 버립니다. 먹물은 검고, 끈적하고, 냄새가 납니다. 아버지의 손톱 밑은 영원히 검습니다.
도현은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이거 왜 버려.”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몰라. 버리라고 하니까 버리지.”
서지훈. 연세대 화학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3. 수영 선수 출신. 등이 넓습니다. 그의 옷에서는 오미자 냄새가 납니다. 아버지의 작업복을 같이 빨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빨아도 새콤한 냄새가 뱁니다.
그의 아버지는 문경의 오미자 음료 공장에서 일합니다. 즙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트럭에 상차합니다. 하루 12톤. 그 찌꺼기는 새빨갛고, 시고, 끈적합니다. 아버지의 손은 겨울에 갈라집니다. 오미자 산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갑니다.
지훈은 물었습니다. “아빠, 이거 어디 가.”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퇴비 공장. 톤당 3만 원.”
지훈은 생각했습니다. 12톤이면 36만 원인데. 그런데 우리는 왜 가난하지.
윤채원.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스물한 살. 키 170. 몸무게 48킬로그램. 얼굴은 흰데 눈썹이 짙습니다. 그 대비가 사람을 두 번 보게 만듭니다. 그녀의 손은 부드럽습니다. 어머니가 매일 연꽃잎을 만지기 때문입니다. 연꽃잎은 물을 튕겨냅니다. 그래서 손이 젖지 않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부여의 연꽃차 공장에서 일합니다. 연꽃잎을 따고, 말리고, 덖습니다. 하루 12시간. 그런데 줄기는 버립니다. 하루 2톤. 줄기는 논에 묻습니다. 처리비가 듭니다.
채원은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줄기는 왜 버려.”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잎만 차가 돼. 줄기는 아무것도 아니야.”
채원은 줄기를 만져 봤습니다. 물을 튕겨냈습니다. 잎보다는 덜했지만, 튕겨냈습니다.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물을 튕기네.
2. 룰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이화여대가 고려대와 연세대 중 하나만 고릅니다. 둘 다 고르면 실격입니다. 둘 다 고르면 정치창녀입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사회자가 말을 이었습니다.
“선택은 즉시 융합입니다. 호텔에서. 시그니엘. 신라. 실제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신산업입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김치녀 나와라.”
“어장관리 하러 왔냐.”
“수캐성 보여줘라.”
채원은 그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어장을 만들러 온 게 아닙니다. 저는 어머니가 버리는 줄기를 말하러 왔습니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예뻤습니다. 그리고 예쁜 사람의 진심은 전략으로 읽힙니다. 그것이 예쁨의 세금입니다.
3. 1주차 — 밀당
채원은 선택을 미뤘습니다.
“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밀당이다.” “김치녀.”
그런데 그녀는 진짜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세 개의 폐기물이 모두 필요하다고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도현의 낙지 먹물 → 멜라닌. 멜라닌은 유기 반도체입니다. 전기가 통합니다. 그리고 저항 스위칭이 됩니다. 뉴로모픽 소자입니다.
지훈의 오미자 찌꺼기 → 리그닌. 리그닌은 방향족 고분자입니다. 탄소화하면 탄소 나노점이 됩니다. 그리고 생분해됩니다.
채원의 연꽃 줄기 → 셀룰로오스 나노섬유 + 초소수성 나노구조. 물을 튕겨냅니다.
셋을 합치면 습기에 강한 생분해 뉴로모픽 소자가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들에게 물었습니다.
4. 소집
회의는 금요일 밤 9시에 소집됐습니다.
장소는 이화여대 공과대학 지하 세미나실. 창문이 없습니다. 환풍기가 돌아갑니다. 탁자 위에는 김밥 네 줄, 커피 여섯 잔, 시장조사 보고서 47권, 그리고 낙지 먹물 한 통, 오미자 찌꺼기 한 봉지, 연꽃 줄기 한 단.
참석자는 세 명입니다.
고려대 재료공학과 김 교수. 오십육 세. 도현의 지도교수. 손이 큽니다. 현장을 좋아합니다. “이론은 공장에서 검증됩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박 교수. 사십구 세. 지훈의 지도교수. 안경이 두껍습니다. 논문을 좋아합니다. “고분자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느립니다.”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최 교수. 오십일 세. 채원의 지도교수. 목소리가 낮습니다. 회로를 좋아합니다. “소자는 습기에 죽습니다. 습기만 잡으면 반은 이깁니다.”
김 교수가 먼저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박 교수가 물었습니다. “왜요.”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방송국이 72시간을 줬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5. 첫 번째 제안 — 김 교수
김 교수가 낙지 먹물 통을 탁자에 올렸습니다.
“하도현 + 윤채원. 초소수성 멜라닌 뉴로모픽 소자.”
그가 화이트보드에 적었습니다.
원료. 목포 낙지 먹물(멜라닌 92%) + 부여 연꽃 줄기(셀룰로오스 나노섬유).
기술. 고려대 재료공학의 멜라닌 정제·박막 + 이화여대 전자전기의 소자 설계.
제품. 멜라닌 멤리스터. 저항 스위칭. 아날로그 학습. AI 가속기.
핵심 문제. 멜라닌은 습기에 취약합니다. 물을 머금으면 전도도가 흔들립니다. 그래서 방수 코팅이 필수입니다.
해법. 연꽃 초소수성 코팅. 물 접촉각 160도.
시장. 뉴로모픽 반도체 시장 2035년 200조 원. 생체 이식형 AI 소자 40조 원.
마진. 70~80%.
경쟁. 인텔(로이히), IBM(트루노스), 삼성(뉴로모픽), SK하이닉스.
진입장벽. 매우 높음. 소자 공정 특허 5년.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뉴로모픽은 차세대 AI 반도체입니다. 폰 노이만 병목을 넘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리고 우리 원료는 폐수입니다. 원가가 0입니다.”
박 교수가 물었습니다. “성공 확률은요.”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40%입니다.”
“왜 그렇게 낮습니까.”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멜라닌 멤리스터는 아직 재현성이 약합니다. 천연 멜라닌은 입자 크기가 균일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걸 잡아야 합니다.”
6. 두 번째 제안 — 박 교수
박 교수가 오미자 찌꺼기 봉지를 올렸습니다.
“서지훈 + 윤채원. 생분해 초소수성 코팅.”
원료. 문경 오미자 찌꺼기(리그닌 47%) + 부여 연꽃 줄기(셀룰로오스).
기술. 연세대 화학공학의 리그닌 개질 + 이화여대 전자전기의 박막 코팅.
제품. 식품 포장용 생분해 방수 코팅. 종이컵, 도시락, 배달 용기.
시장. 글로벌 친환경 포장 시장 2035년 80조 원. 생분해 코팅 20조 원.
마진. 25~35%.
경쟁. 바스프, 다우, 한국콜마.
진입장벽. 낮음. 2년.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포장은 거대합니다. 그리고 규제가 옵니다. EU는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합니다. 우리는 그 시장을 먹습니다. 원료는 폐기물입니다.”
최 교수가 물었습니다. “마진이 왜 낮습니까.”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포장은 가격입니다. 소비자는 코팅에 돈을 안 씁니다. 그리고 경쟁이 많습니다.”
7. 세 번째 제안 — 최 교수
최 교수가 연꽃 줄기 한 단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물을 부었습니다. 물이 튕겨 나갔습니다.
“하도현 + 서지훈 + 윤채원. 삼원 융합.”
그녀가 화이트보드에 적었습니다.
낙지 먹물 → 멜라닌 → 멤리스터.
오미자 찌꺼기 → 리그닌 → 생분해 기판.
연꽃 줄기 → 초소수성 코팅.
“셋이 합치면, 멤리스터 + 생분해 기판 + 초소수성 코팅이 됩니다. 즉, 일회용 뉴로모픽 센서입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일회용 뉴로모픽 센서?”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네. 쓰고 버리는 AI 칩입니다. 의료용, 농업용, 환경용. 한 번 쓰고 생분해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건... 시장이 어디입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모든 곳입니다.”
8. 첫 번째 계산
김 교수가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뉴로모픽 소자 단독.”
TAM: 200조(뉴로모픽) + 40조(이식형 AI).
10년 후 기업가치: 60조.
마진: 75%.
성공확률: 40%.
기대값: 24조.
박 교수가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생분해 코팅 단독.”
TAM: 80조(친환경 포장) + 20조(생분해 코팅).
10년 후 기업가치: 8조.
마진: 30%.
성공확률: 70%.
기대값: 5조 6천억.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뉴로모픽이 18조 4천억 더 높습니다.”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성공확률이 40%입니다. 60%는 실패합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삼원 융합을 봐야 합니다.”
9. 두 번째 계산 — 삼원 융합
최 교수가 칠판에 적었습니다.
“삼원 융합.”
TAM: 뉴로모픽 200조 + 이식형 AI 40조 + 생분해 전자 20조.
10년 후 기업가치: 80조.
마진: 평균 50%.
성공확률: 50% (순서 최적화).
기대값: 40조.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성공확률이 왜 40%에서 50%로 올라갑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생분해 기판이 리스크를 분산합니다.”
그녀가 설명했습니다.
“뉴로모픽 단독은 실패하면 0입니다. 그런데 삼원 융합은 코팅 사업이 먼저 매출을 냅니다. 코팅 매출로 뉴로모픽을 개발합니다. 그래서 60% 실패 확률이 50% 로 줄어듭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50%면 절반은 실패입니다.”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절반의 80조입니다. 40조입니다. 그것이 단독 24조보다 큽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10. 3,200번
그들은 AI에게 물었습니다.
“낙지 먹물 멜라닌 멤리스터, 오미자 리그닌 생분해 기판, 연꽃 초소수성 코팅. 세 사업의 최적 조합과 순서를 3,200번 계산하라. 비교 대상: (1) 뉴로모픽 단독, (2) 생분해 코팅 단독, (3) 삼원 융합.”
AI가 계산했습니다. 3,200번.
결과.
(1) 뉴로모픽 단독.
10년 후 기업가치: 60조.
기대값: 24조.
주요 리스크: 멜라닌 재현성, 습기 열화.
(2) 생분해 코팅 단독.
10년 후 기업가치: 8조.
기대값: 5조 6천억.
주요 리스크: 가격 경쟁, 규제 지연.
(3) 삼원 융합 (코팅 → 기판 → 멤리스터).
10년 후 기업가치: 82조.
기대값: 41조.
주요 리스크: 공정 통합, 초기 자본.
AI 결론.
“삼원 융합이 최적. 확률 78.4%.”
“이유: 코팅이 캐시카우. 기판이 방어막. 멤리스터가 성장 엔진. 리스크 시계열 분산.”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82조... 그게 맞습니까.”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AI가 3,200번 계산했습니다. 그중 2,509번이 삼원 융합을 최적으로 골랐습니다.”
최 교수가 말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연꽃이 낙지를 보호합니다. 습기가 멜라닌을 죽이는데, 연꽃이 습기를 막습니다. 그리고 오미자가 기판을 생분해시킵니다. 셋이 서로를 살립니다.”
11. 결정
72시간째. 세 교수는 지쳤습니다. 김밥은 다 먹었습니다. 커피는 식었습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저는 뉴로모픽을 포기하겠습니다.”
박 교수가 놀랐습니다. “왜요.”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뉴로모픽은 성장 엔진입니다. 코팅은 캐시카우입니다. 우리는 캐시카우를 먼저 해야 합니다. 성장은 나중에 따라옵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순서가 중요합니다. 코팅이 먼저, 기판이 다음, 멤리스터가 마지막. 왜냐하면 코팅 매출이 멤리스터 연구개발을 먹여 살리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럼 결정됐습니다.”
그녀가 칠판에 적었습니다.
파트너: 하도현 (고려대 재료공학). 멜라닌 멤리스터.
공동 창업자: 서지훈 (연세대 화학공학). 리그닌 기판.
3단계: 윤채원 (이화여대 전자전기). 초소수성 코팅.
1단계 — 연잎코트. 생분해 초소수성 코팅. 2년.
2단계 — 연잎기판. 생분해 리그닌 기판. 5년.
3단계 — 연잎칩. 멜라닌 멤리스터. 8년.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채원 학생에게 뭐라고 말합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 ‘하도현을 골라라. 그리고 서지훈을 뽑아라. 그게 가장 비싼 선택이다.’ ”
12. 선택
채원은 무대에 섰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했습니다. 여론이 기다렸습니다.
“김치녀, 골라라.”
“어장 접어라.”
“정치창녀 되지 마라.”
채원이 말했습니다.
“저는 고려대 하도현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고려대 측이 환호했습니다. 연세대 측이 야유했습니다. 지훈은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채원이 말을 이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저는 서지훈 씨를 공동 창업자로 받겠습니다.”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룰 위반입니다.”
채원이 대답했습니다. “룰은 ‘파트너를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직원을 뽑았습니다. 룰에 직원을 뽑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서울대가 규칙서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허용합니다. 대신 이윤 기준이 두 배가 됩니다.”
채원이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결국 둘 다 잡았다.”
“김치녀.”
“정치창녀.”
“별풍선 물어내라.”
채원은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계산했습니다. 교수님들이 3,200번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답은 하나였습니다. 코팅이 먼저, 기판이 다음, 멤리스터가 마지막. 왜냐하면 코팅 매출이 멤리스터를 먹여 살리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김치녀라고 부르십시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저는 어머니가 버린 연꽃 줄기를 계산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의 밤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13. 융합
그들은 실험실에 들어갔습니다.
1단계 — 연잎코트.
연꽃 줄기를 나노 셀룰로오스로 분해했습니다. 그리고 오미자 리그닌으로 가교했습니다. 결과는 생분해 방수 코팅. 물 접촉각 152도. 6개월에 92% 분해. 2년 만에 매출 4,700억.
2단계 — 연잎기판.
리그닌을 탄소화했습니다. 탄소 나노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셀룰로오스 필름에 분산했습니다. 결과는 생분해 유연 기판. 열팽창 계수 4ppm. 실리콘 기판의 1/3. 5년 만에 매출 4조 7천억.
3단계 — 연잎칩.
낙지 먹물에서 멜라닌을 추출했습니다. 정제했습니다. 박막으로 만들었습니다. 초소수성 코팅을 입혔습니다. 결과는 멜라닌 멤리스터. 습도 95%에서 470시간 안정. 8년 만에 매출 18조.
“연잎 시리즈.”
첫 임상은 권역외상센터에서. 뇌전증 환자. 뇌파 모니터링. 멤리스터 센서가 뇌파를 아날로그로 학습했습니다. 배터리 없음. 2주 뒤 생분해.
집도의가 말했습니다. “이건... 칩이 아니라... 반창고입니다.”
채원이 대답했습니다. “연꽃으로 만들었습니다.”
14. 성장
5년째. 매출 4조 7천억. 중견기업.
8년째. 매출 18조. 대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납품. 뉴로모픽 가속기.
10년째. 매출 42조. 시가총액 120조. 글로벌 뉴로모픽 소자 3위.
13년째. 매출 82조. 시가총액 380조. 인텔 로이히, IBM 트루노스, 삼성 뉴로모픽을 밀어냈습니다. 미국 서부 빅테크와 대등해졌습니다.
핵심 해자.
원료 독점. 목포 낙지 해체장 47곳. 문경 오미자 공장 12곳. 부여 연꽃차 공장 8곳. 전부 10년 독점 계약.
공정 특허. 멜라닌 재현성. 47건.
생분해 인증. EU, FDA, ISO. 3년 선점.
15. 에필로그 — 연잎의 새벽
목포 북항. 낙지 해체장 옆. 47층 빌딩. 옥상에는 낙지 먹물 한 통이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 원료. 기념으로.
1층 국밥집에는 도현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손톱은 여전히 검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먹물을 안 버립니다.
지훈의 아버지는 문경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옷에서 오미자 냄새가 납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찌꺼지를 안 상차합니다.
채원의 어머니는 부여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손은 여전히 부드럽습니다. 연꽃잎을 만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줄기를 안 묻습니다.
채원과 도현의 아이는 일곱 살입니다. 이름은 하연. 할머니가 지었습니다. “연꽃에서 왔다.”
아이는 낙지 해체장에서 놉니다. 먹물통에 손을 담급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엄마, 이게 칩이 돼?”
채원이 대답했습니다. “응. 이게 칩이 돼.”
아이가 물었습니다. “근데 왜 검은데?”
채원이 대답했습니다. “검은 게 빛을 내는 거야.”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먹물 냄새, 오미자 냄새, 연꽃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그런데 이번엔, 계산하는 사람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먹물이었습니다.
끝.
밀물
— SKYI: 마지막 밀당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수캐’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성적 결합과 임신은 은유로만 다룹니다.
0. 룰 — 예외 없음
시청자 여러분, 이번 시즌 룰이 바뀌었습니다.
사회자가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편법이 있었습니다. 이화여대가 한 명을 고르고, 다른 한 명을 공동 창업자로 뽑는 것. 방송국은 그것을 허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시청률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올해는 안 됩니다.”
화면에 규칙이 떴습니다.
「제1조 — 이화여대 축은 고려대 축과 연세대 축 중 하나를 선택한다.」
「제2조 — 선택은 배타적이다. 선택받지 못한 축은 즉시 퇴장한다.」
「제3조 — 선택받지 못한 축을 고용·계약·협력·자문 등 어떠한 형태로도 편입할 수 없다. 위반 시 실격.」
「제4조 — 6주 내에 선택하지 못하면, 이화여대 축은 자격을 상실한다. 대체 순서: 숙명여대 → 성신여대.」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터졌습니다.
“드디어 막혔다.”
“이제 밀당 못 한다.”
“김치녀들아, 골라라.”
1. 세 사람
윤채아.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스물한 살. 키 170. 몸무게 48킬로그램. 얼굴은 흰데 눈썹이 짙습니다. 그 대비가 사람을 두 번 보게 만듭니다. 그녀가 무대에 서면 조명이 필요 없습니다. 실제로 조명 감독이 그랬습니다. “이 학생은 빛을 안 켜도 됩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남 고흥 유자차 공장에서 일합니다. 착즙하고 남은 껍질을 트럭에 상차합니다. 하루 8톤. 유자 껍질에는 리모넨이 있습니다. 손이 따갑습니다. 어머니는 겨울에 손등이 벗겨집니다.
채아는 어릴 때 그 껍질을 만져 봤습니다. 손이 얼얼했습니다. 그리고 냄새를 맡았습니다. 레몬보다 독했습니다.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이게 왜 버려지지.
한도경. 고려대 융합에너지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7. 어깨가 넓고 목이 굵습니다. 그가 무대에 서면 관중석이 조용해집니다. 남자들도 조용해집니다. 그는 후드티만 입습니다. 정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충남 당진 석문면 석탄회 매립장에서 일합니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재를 퍼 담습니다. 하루 40톤. 회색 가루. 방진마스크를 써도 코안이 회색이 됩니다. 20년 동안. 아버지는 가끔 말합니다. “내 코를 파면 시멘트가 나와.”
도경은 아버지 코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코를 파지 않습니다.
서진우.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4. 수영 선수 출신. 등이 넓고 허리가 좁습니다. 그가 웃으면 여성 관중석이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남성 관중석도 조용해집니다.
그의 아버지는 경기 안산 반월공단 폐액 처리장에서 일합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폐식각액을 중화하고 침전시킵니다. 그 액에는 구리와 은이 녹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그걸 슬러지로 만들어 버립니다. 하루 12톤. 아버지의 작업화는 1년에 세 번 갈립니다.
진우는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저거 은 아니야?”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몰라. 버리라고 하니까 버리지.”
2. 1주차 — 미루기
채아는 선택을 미뤘습니다.
“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분의 기술을 더 봐야 합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밀당 시작.”
“김치녀.”
“6주 제한 있는 거 알지?”
채아는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진짜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두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도경의 석탄회. 희토류. 네오디뮴. 영구자석.
진우의 폐식각액. 은. 구리. 인듐. 투명전극.
그리고 자기 자신의 유자. 리모넨. 펙틴. 헤스페리딘.
셋을 다 합치면 희토류 영구자석 + 생분해 전극이 됩니다. 그런데 룰은 하나만 고르라고 합니다.
3. 2주차 — 수캐성
여론이 남자들에게도 붙었습니다.
“한도경은 왜 가만있냐. 수캐성 없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가 저래서야.”
“서진우, 약하다. 밀린다.”
고려대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융합에너지 13학번입니다. 후배가 저렇게 끌려다니면, 우리 학과 위상이 뭐가 됩니까. 선배로서 부끄럽습니다.」
연세대 게시판에도 올라왔습니다.
「시스템반도체 11학번입니다. 저런 애한테 밀리면, 우리가 삼성·SK에 납품하는 학과라는 자부심이 무너집니다.」
익명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도경은 그 글을 읽고 노트에 적었습니다.
나는 수캐다.
수캐는 무리를 지배한다.
그런데 나는 무리를 지배하지 못한다.
나는 아버지의 회색 코를 지배하지 못했다.
나는 석탄회를 지배하지 못했다.
나는... 채아를 지배하지 못한다.
그게 약한 건가.
아니면 그게 나인가.
4. 3주차 — 첫 번째 교체
서진우가 흔들렸습니다.
3주차 무대에서 그는 채아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결정하실 때까지.”
여론이 폭발했습니다.
“수캐성 실종.”
“기다리겠습니다? 그게 남자가 할 말이냐.”
“약하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 망했다.”
그날 밤, 연세대 총동문회가 긴급 성명을 냈습니다.
“본 학생은 학과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우리는 방송국에 교체를 요청합니다.”
방송국이 움직였습니다.
“연세대 서진우, 서강대 이준호로 교체.”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서진우는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는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약점이었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기다림은 약점이다.”
5. 4주차 — 두 번째 교체
서강대 이준호는 2주 만에 교체됐습니다.
이유는 기술 부족이었습니다. 그는 폐식각액에서 은을 회수하는 공정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서강대 수준.”
“역시 SKY가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성균관대 박세훈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기술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을 못 했습니다. 무대에서 30초 동안 침묵했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재미없다.”
“성균관대도 안 되네.”
그리고 한양대 정민규가 들어왔습니다. 그는 한양대 신소재공학과. 기술도 있고, 말도 잘했습니다. 그런데 채아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채아 씨가 저를 선택하든 안 하든, 제 연구를 계속하겠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수캐성 없다.”
“여자를 무시한다.”
“한양대도 끝.”
시청자 여러분, 이것이 수캐성의 덫입니다. 기다리면 약하다고 하고, 무시하면 오만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남자는 계속 교체됩니다.
연세대 → 서강대 → 성균관대 → 한양대. 4주 만에.
6. 5주차 — 교체 위협
그때, 채아에게도 교체 위협이 왔습니다.
5주차. 그녀는 여전히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지지율이 47%에서 34%로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너무 오래 미뤘기 때문입니다.
방송국이 성명을 냈습니다.
“6주 내 선택하지 못하면, 이화여대 축은 자격을 상실합니다. 대체: 숙명여대 김서연.”
채아는 그 성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밤새 앉아 있었습니다.
그녀는 노트에 적었습니다.
나는 김치녀다.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나는 계산한다.
어머니가 유자 껍질을 상차할 때, 나는 계산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계산한다.
그런데 계산이 길어지면, 나는 잃는다.
계산은 짧아야 한다.
짧은 계산이 가장 정확하다.
7. 소집 — 72시간
채아는 교수들에게 전화했습니다.
“교수님, 저는 72시간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회의는 금요일 밤 9시에 소집됐습니다.
장소는 이화여대 공과대학 지하 세미나실. 창문이 없습니다. 탁자 위에는 김밥 네 줄, 커피 여섯 잔, 시장조사 보고서 47권, 그리고 유자 껍질 한 봉지, 석탄회 한 통, 폐식각액 슬러지 한 병.
참석자는 세 명입니다.
고려대 융합에너지공학과 김 교수. 오십육 세. 도경의 지도교수. 손이 큽니다. 현장을 좋아합니다. “이론은 매립장에서 검증됩니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박 교수. 사십구 세. 진우의 지도교수. 안경이 두껍습니다. “반도체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쌉니다.”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최 교수. 오십일 세. 채아의 지도교수. 목소리가 낮습니다. “유자는 독합니다. 그 독이 무기입니다.”
최 교수가 먼저 말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두 조합만 봅시다. 그리고 하나를 고릅니다.”
8. 조합 A — 석탄회 + 유자
김 교수가 석탄회 통을 올렸습니다.
“한도경 + 윤채아. 그린 희토류.”
원료. 당진 석탄회(희토류 300ppm) + 고흥 유자 껍질(리모넨 92%).
기술. 고려대 융합에너지의 선택적 용매추출 + 이화여대 화학신소재의 천연용매 개질.
핵심. 희토류 분리는 현재 독성 유기용매(케로센, TBP)로 합니다. 폐액이 나옵니다. 유자 리모넨은 생분해 용매입니다. 그리고 리모넨은 네오디뮴에 선택적입니다.
제품. 친환경 희토류 분리 공정 + 회수 네오디뮴 + 네오디뮴 영구자석.
시장.
희토류 정련 $10B.
영구자석 $25B → 2035년 $50B (EV 모터, 풍력, 방산).
친환경 용매 $5B.
TAM $65B ≈ 85조 원.
마진. 정련 45%, 자석 35%. 평균 40%.
경쟁. 중국(90% 장악), 라이너스(호주), MP머티리얼즈(미국).
진입장벽. 극히 높음. 용매 선택성 특허. 7년.
성공확률. 55%. — 이유: 리모넨 선택성이 실험실에서 확인됐지만, 연속 공정 스케일업이 미검증.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희토류는 전략 자원입니다. 중국이 언제든 조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뚫으면, 그것은 회사가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박 교수가 물었습니다. “마진이 40%면 낮지 않습니까.”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자석이 붙으면 50%가 됩니다. 자석은 부품이 아니라 모터의 심장입니다.”
9. 조합 B — 폐식각액 + 유자
박 교수가 슬러지 병을 올렸습니다.
“서진우 + 윤채아. 생분해 유연전자.”
원료. 안산 폐식각액 슬러지(은 4,700ppm, 구리 12%) + 고흥 유자 껍질(펙틴 28%).
기술. 연세대 시스템반도체의 전해채취·정제 + 이화여대 화학신소재의 펙틴 젤 필름.
제품. 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 + 펙틴 기판. 생분해되는 유연 디스플레이 부품.
시장.
투명전극 $7B.
유연전자 $35B.
생분해 전자 $8B.
**TAM $50B ≈ 65조 원.**
마진. 전극 60%, 기판 70%. 평균 65%.
경쟁. 3M, 니혼고교, LG화학.
진입장벽. 중간. 3년.
성공확률. 50%. — 이유: 은나노와이어는 이미 상용화됐고 경쟁이 셉니다. 펙틴 기판이 차별점이지만, 내열성이 약합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마진이 65% 입니다. 희토류보다 25%포인트 높습니다. 그리고 빠릅니다. 3년이면 매출입니다.”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경쟁이 세지 않습니까.”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경쟁이 세다는 것은 시장이 크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생분해로 차별화합니다.”
10. 3,200번
그들은 AI에게 물었습니다.
“석탄회-유자 그린 희토류 vs 폐식각액-유자 생분해 유연전자. 10년 후 기업가치, 위험 조정 기대값, 글로벌 확장성을 3,200번 계산하라. 조건: 이화여대 축은 반드시 하나만 선택.”
AI가 계산했습니다. 3,200번.
조합 A — 그린 희토류.
10년 후 기업가치: 120조.
마진: 40%.
성공확률: 55%.
기대값: 66조.
전략 가치: 국가 기간산업. 수출통제 리스크 헤지. 정부 지원 확실.
조합 B — 생분해 유연전자.
10년 후 기업가치: 68조.
마진: 65%.
성공확률: 50%.
기대값: 34조.
전략 가치: 소비재. 경기 민감. 경쟁 심화.
AI 결론.
“조합 A가 최적. 확률 81.2%.”
“핵심 근거: TAM 85조 vs 65조, 기대값 66조 vs 34조. 마진 차이(25%p)를 TAM 차이(20조)와 성공확률 차이(5%p)가 압도.”
“부차 근거: 희토류는 대체재가 없다. 투명전극은 그래핀·CNT로 대체 가능.”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마진이 25%포인트 높은데도 집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마진은 경쟁이 깎습니다. TAM은 아무도 못 깎습니다.”
11. 결정
72시간째. 새벽 5시.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저는 A를 지지합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저는 B를 지지합니다.”
최 교수가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한참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나는 A를 고르겠습니다.”
박 교수가 물었습니다. “왜요.”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채아의 어머니가 버리는 유자 껍질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껍질이 희토류를 뽑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전략 자원이 됩니다.”
그녀가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B는 이길 수 있습니다. A는 이겨야 합니다. 희토류를 중국이 쥐고 있는 한, 우리는 이겨야 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최 교수가 칠판에 적었습니다.
선택: 한도경 (고려대 융합에너지공학).
제품: 그린 희토류 정련 + 네오디뮴 영구자석.
TAM: 85조. 10년 후 기업가치 120조.
퇴장: 서진우 (연세대 시스템반도체).
12. 선택
6주차 화요일. 마지막 무대.
채아는 섰습니다. 그녀의 지지율은 31%였습니다. 교체 위협이 코앞이었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했습니다. 여론이 기다렸습니다.
“김치녀, 골라라.”
“6주 다 썼다.”
“정치창녀 되지 마라.”
채아가 말했습니다.
“저는 고려대 한도경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고려대 측이 환호했습니다. 한양대 정민규는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서진우는 관중석에 없었습니다. 그는 3주 전에 퇴장했습니다.
채아가 말을 이었습니다.
“저는 6주 동안 미뤘습니다. 여러분은 저를 김치녀라고 불렀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계산이 길어져서, 거의 잃을 뻔했습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교수님들이 3,200번 계산했습니다. 답은 하나였습니다. TAM은 아무도 못 깎지만, 마진은 경쟁이 깎는다. 그래서 저는 큰 시장을 골랐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결국 골랐네.”
“6주나 끌더니.”
“정치창녀.”
“별풍선 물어내라.”
채아는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욕하십시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저는 어머니가 버린 유자 껍질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그게 다릅니다.”
13. 융합 — 은유
시청자 여러분, 이 장면은 은유로만 말하겠습니다.
첫날 밤, 그들은 실험실에 남았습니다. 유자 껍질과 석탄회가 탁자 위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새벽이 왔습니다.
그것은 두 개의 폐기물이 하나의 공정이 되는 밤이었습니다.
리모넨이 석탄회를 적셨습니다. 네오디뮴이 리모넨에 녹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재는 제올라이트가 됐습니다.
임신은 9개월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8년이 걸렸습니다.
1년차 — 리모넨 선택성 확인. 네오디뮴 92% 회수.
3년차 — 연속 공정 스케일업. 파일럿 40톤/일.
5년차 — 네오디뮴 영구자석. 보자력 47 kOe.
8년차 — 첫 상업 공장. 당진. 연 4,700톤.
14. 빌딩
그들은 당진 석문면에 지었습니다. 논 한복판이 아니라, 석탄회 매립장 위에.
매립지 위에 빌딩을 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반이 약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석탄회 자체를 지반재로 썼습니다. 석탄회는 시멘트 대체재입니다. 그리고 제올라이트로 바꾸면 더 단단해집니다.
47층. 연면적 12만 제곱미터. 말뚝 4,700개.
1층. 무인 국밥집. 도경의 아버지.
2~7층. 유자 리모넨 추출.
8~15층. 석탄회 희토류 정련.
16~25층. 네오디뮴 자석 생산.
26~30층. 연구소.
31~40층. 임대. 중소기업 47곳.
41~46층. 글로벌 사업부.
47층. 회장실.
옥상. 첫 번째 석탄회 통. 기념으로.
15. 성장
5년째. 매출 4조 7천억. 중견기업.
8년째. 매출 18조. 대기업. 현대모터스, LG에너지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납품.
11년째. 매출 42조. 시가총액 120조. 글로벌 희토류 정련 3위.
14년째. 매출 68조. 시가총액 380조. 중국 희토류 쿼터를 우회하는 유일한 비중국 공급망. 미국, EU, 일본이 전략 비축 계약. 미국 서부 빅테크와 대등.
해자.
원료. 당진화력 석탄회 30년분. 그리고 전국 47개 화력발전소 독점 계약.
공정 특허. 리모넨 선택성. 47건.
자석. 네오디뮴 92% 회수. 중국 95% 대비 원가 40% 낮음.
16. 에필로그 — 밀물
당진 석문면. 석탄회 매립장 위 47층 빌딩.
1층 국밥집에는 도경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코는 여전히 회색입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재를 안 퍼 담습니다.
채아의 어머니는 고흥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손등은 여전히 벗겨져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자 껍질을 안 상차합니다.
서진우는 안산에 있습니다. 그는 3주 만에 퇴장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안산 폐액 처리장에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름은 ‘폐액본’. 은 회수 전문. 시가총액 4조. 작습니다. 그런데 그는 만족합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저는 6주 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잃었습니다. 그런데 그 6주 동안 제가 배운 것은, 기다림이 약점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 전략은 이 방송에서 통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채아와 도경의 아이는 일곱 살입니다. 이름은 한유진. 할머니가 지었습니다. “유자에서 왔다.”
아이는 매립장에서 놉니다. 회색 흙을 만집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엄마, 이게 자석이 돼?”
채아가 대답했습니다. “응. 이게 자석이 돼.”
아이가 물었습니다. “근데 왜 회색인데?”
채아가 대답했습니다. “회색이 제일 강한 거야.”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유자 냄새, 석탄회 냄새, 그리고 바다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그런데 이번엔, 계산하는 사람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석탄회였습니다.
끝.
회색 여제
— SKYI: 석문면의 여황제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성적 결합과 임신은 은유로만 다룹니다.
0. 허허벌판
시청자 여러분, 당진시 석문면.
지도에서 이곳을 찾으면 회색입니다. 바다도 아니고, 논도 아니고, 산도 아닙니다. 석탄회 매립지입니다. 화력발전소가 30년 동안 재를 쏟아부은 곳. 면적 470만 제곱미터. 높이 47미터. 흙은 회색이고,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립니다. 근처에 사는 사람은 창문을 열지 않습니다. 빨래를 밖에 널지 않습니다.
당진시 인구는 17만 명입니다. 석문면 인구는 4,700명입니다. 그중 매립지 근처에 사는 사람은 470명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뭐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재 쌓이는 거 보면서 살지.”
시청자 여러분, 윤채아가 이곳에 왔을 때, 그녀는 스물한 살이었습니다.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2학년. 어머니는 고흥에서 유자 껍질을 상차하는 분.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유자 껍질 한 봉지와 석탄회 한 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 한 장이 있었습니다.
1. 첫 삽
2032년 3월. 착공식.
시청자 여러분, 착공식에 온 사람은 열두 명이었습니다. 도경, 채아, 교수 세 명, 시공사 직원 네 명, 당진시 공무원 두 명, 그리고 기자 한 명.
기자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기에 뭘 지으십니까.”
채아가 대답했습니다.
“희토류 정련 공장입니다.”
기자가 웃었습니다. “여기는 매립지입니다. 지반이 약합니다. 건물이 안 섭니다.”
채아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석탄회로 짓습니다.”
기자가 멈췄습니다. “석탄회는 폐기물입니다.”
채아가 대답했습니다. “석탄회는 시멘트입니다. 제올라이트로 바꾸면 더 단단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석탄회가 470만 톤 있습니다.”
기자가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조용해졌습니다.
2. 시련 — 지반
첫 시련은 지반이었습니다.
매립지는 물을 머금습니다. 석탄회는 물과 만나면 액상화됩니다. 땅이 흙탕물이 됩니다. 첫 말뚝 47개가 가라앉았습니다. 18미터를 박았는데, 다음 날 14미터가 됐습니다.
시공사 소장이 보고했습니다.
“회장님, 이대로면 3년 걸립니다. 그리고 예산이 두 배 듭니다.”
채아는 매립지에 섰습니다. 회색 흙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리고 도경에게 말했습니다.
“도경 씨, 석탄회를 제올라이트로 바꾸면 물을 머금습니까.”
도경이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제올라이트는 물을 흡착합니다. 머금는 게 아니라, 붙잡습니다.”
채아가 눈을 빛냈습니다. “그럼 말뚝을 제올라이트로 만들면, 주변 물을 빨아들여서 지반이 굳습니까.”
도경이 계산했습니다. 30초. 그리고 말했습니다. “됩니다.”
그들은 말뚝을 제올라이트 복합재로 바꿨습니다. 석탄회 70%, 소석회 20%, 규산나트륨 10%. 900도 소결. 말뚝이 주변 물을 흡착했습니다. 지반이 굳었습니다. 47일 만에 4,700개 말뚝이 박혔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특허가 됐습니다.
3. 시련 — 바람
둘째 시련은 바람이었습니다.
석문면은 서해 바람이 셉니다. 연평균 풍속 7.4미터. 순간 최대 32미터. 크레인이 흔들렸습니다. 철골이 흔들렸습니다. 작업자들이 무서워했습니다.
소장이 보고했습니다.
“회장님, 바람 때문에 공정률이 40%입니다.”
채아는 47일 동안 매립지에 섰습니다. 바람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바람은 막을 수 없습니다. 바람은 돌려야 합니다.
그녀는 건물 설계를 바꿨습니다. 나선형. 바람이 건물을 밀지 않고, 건물을 돌아 빠져나가게. 그리고 건물 외벽에 유자 껍질 추출 리모넨 코팅을 발랐습니다. 리모넨은 정전기 방지입니다. 먼지가 붙지 않습니다.
그것이 두 번째 특허가 됐습니다.
4. 시련 — 여론
셋째 시련은 여론이었습니다.
“김치녀가 매립지에 빌딩을?”
“세금 낭비.”
“저건 사기다.”
“별풍선 물어내라.”
당진시 의회가 특별 감사를 요구했습니다. “매립지에 건물을 짓는 것이 합법입니까.” 채아는 47권의 서류를 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지반조사, 구조안전, 특허증, 석탄회 재활용 인증. 의회는 3일 만에 감사를 종결했습니다.
그런데 여론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채아의 지지율은 31%였습니다. 교체 위협이 있었습니다.
그때, 채아는 무대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매립지에 빌딩을 짓습니다. 왜냐하면 매립지는 아무도 안 쓰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유자 껍질로 희토류를 뽑습니다. 왜냐하면 유자 껍질은 아무도 안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버려진 것들로 회사를 만듭니다. 그게 제 전공입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박수를 쳤습니다.
5. 준공
2035년 9월. 준공.
시청자 여러분, 47층. 연면적 12만 제곱미터. 매립지 위에. 회색 땅 위에 무지갯빛 건물이 섰습니다. 외벽은 유자 리모넨 코팅. 햇빛에 따라 색이 바뀝니다.
준공식에 온 사람은 4,700명이었습니다. 당진시 인구의 3분의 1. 시장,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발전소장, 그리고 석문면 주민 470명 전원.
채아는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 건물은 석탄회로 지었습니다. 여러분이 30년 동안 버린 재로.”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이 건물은 유자 껍질로 코팅했습니다. 제 어머니가 30년 동안 상차한 껍질로.”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이 건물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저는 빌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지분 47% 를 석문면 주민에게 기부했습니다. 470명. 1인당 1만 주. 상장 시 가치 47억 원.
시청자 여러분, 그날 밤, 석문면 470명이 부자가 됐습니다.
6. 여황제
시청자 여러분, 이제 이 이야기의 진짜 제목을 말하겠습니다.
회색 여제.
윤채아는 스물네 살에 당진의 여황제가 됐습니다. 정확히는, 그녀는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첫째 — 고용. 그녀의 회사는 당진시 인구 17만 명 중 1만 2,000명을 고용했습니다. 당진시 경제활동인구의 14% 입니다. 그중 석문면 주민 470명 전원. 그리고 당진시 청년 4,700명.
둘째 — 세수. 그녀의 회사는 당진시 세수의 31% 를 냈습니다. 1년에 4,700억 원. 당진시 예산의 3분의 1.
셋째 — 권력. 당진시장이 그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회장님, 시정에 조언을 주십시오.”
채아가 대답했습니다.
“조언은 안 합니다. 다만 하나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석문면에 초등학교를 지어 주십시오. 아이들이 버스 타고 40분을 가야 합니다.”
시장이 대답했습니다. “예산이 없습니다.”
채아가 말했습니다. “제가 짓겠습니다. 대신 시는 교사를 보내 주십시오.”
그래서 석문면에 초등학교가 생겼습니다. 이름은 ‘회색초등학교’. 학생 47명. 대부분 매립지 근처 아이들.
7. 아부
시청자 여러분, 권력은 아부를 부릅니다. 그리고 아부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당진시장. 그는 매월 1일, 채아의 사무실에 옵니다. 그리고 보고합니다. “회장님, 이번 달 시정입니다.” 채아는 듣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말합니다. “석문면은 어떻습니까.”
충남도지사. 그는 당진에 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회장님, 충남에 제2공장을 지어 주십시오. 부지와 세제를 지원하겠습니다.” 채아는 대답했습니다. “제2공장은 당진에 짓겠습니다. 대신 도로를 놓아 주십시오.” 도로가 놓였습니다. 4차선. 이름은 ‘유자로’.
국회의원. 그는 국회에서 발언했습니다. “석탄회 재활용은 국가 전략입니다. 정부는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이 통과됐습니다. ‘석탄회 재활용 촉진법’. 채아의 회사가 1호 사업자가 됐습니다.
면장, 읍장, 리장. 그들은 채아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회장님, 우리 마을에도 무인 편의점 하나만 놓아 주십시오.” 채아는 대답했습니다. “놓겠습니다. 다만 그 편의점은 마을 주민이 운영하십시오. 제가 물건만 대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이 여황제의 방식입니다. 그녀는 아부를 받지 않습니다. 그녀는 아부를 계약으로 바꿉니다.
8. 성장
5년째. 매출 4조 7천억. 중견기업. 직원 4,700명.
8년째. 매출 18조. 대기업. 직원 1만 2,000명. 현대모터스, LG에너지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납품.
11년째. 매출 42조. 시가총액 120조. 글로벌 희토류 정련 3위. 직원 2만 8,000명.
14년째. 매출 68조. 시가총액 380조. 중국 희토류 쿼터를 우회하는 유일한 비중국 공급망. 미국, EU, 일본 전략 비축 계약. 직원 4만 7,000명.
당진시 인구는 17만에서 28만이 됐습니다. 석문면 인구는 4,700에서 1만 4,000이 됐습니다.
석문면 부동산 가격은 47배 올랐습니다. 470명 주민의 1인당 평균 자산은 47억 원이 됐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30년 동안 재만 쌓이던 땅이, 14년 만에 대한민국 희토류 수도가 됐습니다.
9. 여제의 하루
시청자 여러분, 여황제의 하루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새벽 5시. 기상. 47층 회장실. 창밖으로 매립지가 보입니다. 회색 땅. 그 위에 무지갯빛 건물.
6시. 국밥집. 도경의 아버지가 국밥을 썹니다. 채아는 앉아서 먹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아버지, 오늘 재 안 퍼 담으셨어요?” 아버지가 웃습니다. “안 퍼 담아. 네가 다 사 갔으니까.”
7시. 공장 순찰. 2층 유자 리모넨 추출. 8층 석탄회 정련. 16층 자석 생산. 그녀는 모든 층을 걷습니다. 하루에 47층. 14년 동안.
9시. 회의. 당진시장, 도지사, 국회의원, 협력사 대표. 그녀는 듣습니다. 그리고 결정합니다. “됩니다.” “안 됩니다.” “다음 주에 답하겠습니다.”
12시. 점심. 무인 김밥천국. 김밥 하나. 1,000원.
2시. 연구소. 도경과 함께. 네오디뮴 자석 보자력. 47 kOe에서 52 kOe로. 1%의 싸움.
6시. 석문면 주민 면담. 470명 중 열 명. 그들은 말합니다. “회장님, 우리 아들 취업시켜 주십시오.” “회장님, 우리 마을 도로 좀.” “회장님, 저희 어머니 병원비.”
9시. 회장실. 혼자. 창밖을 봅니다. 회색 땅. 그리고 말합니다. “이게 내가 만든 거야.”
10. 대관식
시청자 여러분, 이 이야기에는 대관식이 있습니다.
2039년 3월. 당진시 석문면. 회색초등학교 운동장.
참석자 4만 7,000명. 당진시 인구의 6분의 1. 그중 석문면 주민 470명 전원. 그리고 전국에서 온 주주 2만 명.
무대에는 회색 왕관이 있었습니다. 석탄회로 만든 왕관. 유자 리모넨으로 코팅한 왕관.
당진시장이 왕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당진시는 윤채아 회장을 명예시민 1호로 임명합니다. 그리고 이 왕관을 드립니다.”
채아가 왕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여황제가 아닙니다. 저는 유자 껍질 상차하는 분의 딸입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저를 여황제라고 부르십니다. 그럼 저는 여황제가 되겠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여황제가 되겠습니다.”
그녀가 왕관을 썼습니다. 회색 왕관. 무지갯빛으로 빛났습니다.
11. 에필로그 — 회색의 새벽
시청자 여러분, 방정식은 계속됩니다.
당진 석문면. 매립지 위 47층 빌딩. 1층 국밥집.
도경의 아버지가 국밥을 썹니다. 코는 여전히 회색입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재를 안 퍼 담습니다.
채아의 어머니는 고흥에서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당진에 삽니다. 손등은 여전히 벗겨져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자 껍질을 안 상차합니다. 대신 유자차를 끓입니다. 국밥집에서. 무료로.
서진우는 안산에 있습니다. ‘폐액본’ 시가총액 4조. 작습니다. 그런데 그는 만족합니다.
채아와 도경의 아이는 열두 살입니다. 이름은 한유진. 할머니가 지었습니다. “유자에서 왔다.”
아이는 매립지에서 놉니다. 회색 흙을 만집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엄마, 이게 자석이 돼?”
채아가 대답했습니다. “응. 이게 자석이 돼.”
아이가 물었습니다. “근데 왜 회색인데?”
채아가 대답했습니다. “회색이 제일 강한 거야. 그리고 회색은 아무도 안 쳐다봐. 그래서 우리가 쳐다본 거야.”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유자 냄새, 석탄회 냄새, 그리고 바다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그런데 이번엔, 계산하는 사람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석탄회였습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