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가 미국 중심 질서에서 점진적으로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본격화한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장 밀접한 동맹국 중 하나로 분류돼 왔는데, 최근 단절이나 대립이 아닌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꾀한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캐나다는 2025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 유입이 시장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대응이었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혜국(MFN) 관세 6.1% 외에 추가로 100%의 특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캐나다는 최근 관세 정책을 대폭 조정하며 북미 무역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낮추고 수입 물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한편, 중국과 ‘관세 교환’ 형태의 합의를 도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연간 4만9000대 한도로 수입을 허용하고, 관세율을 최혜국 수준인 6.1%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그 대가로 중국은 캐나다 농산물, 특히 카놀라 씨에 부과하던 84% 관세를 15%로 인하했다.
캐나다는 지리적·경제적으로 미국과 깊게 엮여 있다. 전체 교역의 상당 부분이 미국과 이뤄지고 있으며, 안보 역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를 통해 공동 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최근 캐나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살펴보면, 미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을 줄이고 선택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통상 분야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그 비중을 재조정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발효된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적극 활용하며, 에너지·자원·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외 파트너와의 연계를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미국 시장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중국과의 농산물, 자동차 관련 관세 조정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외교 노선에서도 독자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캐나다는 미국과 가치와 방향성을 공유하면서도, 국제 현안에 대해서는 자국 입장을 분명히 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환경·기후 변화, 이민, 다자주의 외교 등에서는 미국보다 한발 더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며 중견국 외교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외교 노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한 대응으로도 읽힌다.
기술과 산업 정책 역시 변화의 한 축이다. 캐나다는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 미국 기업 유치에 나서면서도,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과의 협력’과 ‘자율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캐나다의 탈미국 행보를 미국과의 결별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양국 간 경제·안보적 결속이 워낙 깊은 만큼, 캐나다의 선택은 동맹 관계를 유지한 채 위험을 분산하는 방향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부정하기보다는, 의존도를 조절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급격한 노선 변경이 아닌, 장기적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인 캐나다의 사례는 한국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중 간 무역 전쟁으로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었던 경험을 돌아볼 때, 캐나다처럼 미국과의 관계를 기본 축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그 축 하나에만 기대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