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줄 요약
1. 철학은 무엇을 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무엇'의 의미를 담론화하는 학문이다.
2. 철학 입문서로는 쉬운 책부터 시작해서 빡센 책으로 읽어나가라.
3. 입문서를 대강 마스터했다면 좋아하는 철학자 위주로 원서를 봐라.
1. 철학은 무엇인가.
반갑다. 난 철학을 부전공했고 일베를 보면 가끔 철학 공부 좀 해보려는데 책 추천해달라는 댓글이 있길래 이 글을 써본다.
기본적으로 난 불교에 관심이 있었는데, 동양철학 쪽은 불교를 제외하면 잘 모르니 스킵한다.
사실 오늘날 박사 학위 하면 일반적으로 Ph.D.가 들어가는데 이는 Doctor of Philosophy 를 뜻한다.
즉 서양에선 철학이 학문의 전부였고 지금은 분화되면서 철학과 무관해보이는 경제학 등 전공에도 박사 학위를 뜻할 때 Ph.D. 를 쓰게 됐지.
애초에 철학에서 수학 과학 등 학문들이 가지처럼 뻗어나왔으니 그런 것이고, 이런 시시콜콜한 철학사 얘기는 일단 집어치우자.
각설하고, 철학을 왜 공부하는가, 철학은 무엇을 위한 학문인가 하는 것부터 설명하마.
우선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사실 돈을 벌기 위함이나 명예를 위함은 아니다. 그 자체로 철학적 탐구 활동하는 것이 즐겁고,
인간 사유의 세계가 심오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철학이 시간낭비라고 생각된다면 아예 관심을 끊는 게 좋다.
그렇다면 철학한다는 것 무슨 의미인가? 무엇을 위한 학문인가? 하는 질문이 남게 되는데.. 딱 잘라 말해서
'메타'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Meta가 무슨 뜻이냐면, 너네가 피시방가서 LOL을 한다고 하자. 그런데 LOL의 역사와 전투 방식 등에 대해 키배가 벌어진다고 하자.
즉, LOL을 직접 하는 게 아니라 LOL에 대한 Meta, 한번 그 층위를 넘어서서 그에 대해 논한다면, 막말로 그건 LOL철학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철학의 하위 항목으로 형이상학, 논리학, 언어철학, 과학철학, 윤리학 등이 있는데 이 모든 철학들은 전부 메타 xxx 이다.
형이상학은 이 세계의 메타피지컬한 요소에 대한 담론이며, 논리학은 인간 언어의 논리체계와 구조에 대한 담론이고
과학철학은 과학이란 학문 그 자체가 아닌, 과학이란 무엇이며 과학임을 규정하는 요소는 무엇이며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에 대한 담론이다.
윤리학 또한, '윤리학자는 윤리적인 사람이 아니다.' 라는 우스개 말처럼
윤리와 도덕을 직접 행하는 학문이 아니라, 정의, 윤리, 도덕은 무슨 의미이며 세부 케이스에서 어떤 것이
윤리적이라고 판단될 수 있는가 따위의 '담론'인 것이다.
다른 비유를 하자면, 한번 땅을 파고 들어가서 그 아래에서의 층위를 재형성하고 그것에 대한 담론을 펼쳐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기업가는 기업을 세우고 노동자를 고용해 돈을 번다. 사실 이게 전부다. 경영철학 경영철학 하는 것은 경영에 대한 메타적 담론이 아니다.
경영을 하기 위한 가치관 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마르크스나, 노벨 경제학상을 탄 코즈처럼 기업의 요소와 기업을 분석하고 의미와 가치를 새로
규정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기업에 대한 메타 철학이 될 수 있다.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하냐고?
정답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 인간들이 삶을 살아가는 목적은 뭘까? 바로 '가치'다.
철학은 어떤 사태를 분석해서 그 기반을 이루는 메타적 분석을 시도해 가치를 규정한다.
수학이나 과학, 공학, 의학은 뭘까?
바로 수단이다. 즉 인간은 당장 음식이 없으면 굶어죽고 상처를 입어도 죽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런 '수단'들은 인간 삶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니 가끔 수학 과학만이 중요하고 철학 인문학은 필요없다고 주장하거나, 반대로 인문학이 최강이고 수학 과학 기술 등은 천한 것이다라는 식의
주장들이 있는데 전부 개소리라고 무시하면 될 것이다.
인간에게 삶의 '수단'과 '목적'은 둘다 절실히 필요하다.
수단에 매몰되어 도구화되고 기계화될 때 사람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내가 그렇게 노력해왔는데 도대체 이건 뭘 위한 삶이었지? 라는 회의.
목적에 매몰되어 좌좀들처럼 직업이고 뭐고 포기하고 촛불시위에 빠져들어 삶을 유지하는 수단에 소홀해질 때, 사람은 또라이가 되고 만다.
인문학이나 철학 등의 '메타' 학문들은 바로 왜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야하는가 하는 근본 물음에 대한 영원한 추적이라 이해하길 바란다.
그것은 시지프의 신화처럼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라고 본다.
2. 어떤 철학 입문서를 읽어야 하는가
각설하고 철학을 처음 접하는 게이들을 위한 책을 추천할까 한다.
철학의 세계라는 부제가 있는 책이고 만화교양서로 유명한 이원복의 철학입문서.
완전 철학 초보다 싶다면 봐라. 단 전공자가 보기엔 허술함이 꽤 있다.

철학자 중심의 책, 이 또한 쉽게 접근하려는 사람이 볼만하다.
이런 쉬운 입문서 말고 좀 더 전반적으로 제대로 깊게 서양 철학을 흝어보고 싶다는 사람은 참조해라.
현재 국내에 출간된 서양철학 입문서로는 Curt Friedlein 저, 《서양철학사Geschichte der Philosophie》(서광사)가 제일 괜찮다.
물론 분량과 난이도는 압박스럽지만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충실하고 치우침이 없다.
《러셀 서양철학사History of Western Philosophy》(을유문화사, 2009)는 서양철학 입문서로 최악이다.
러셀 본인이 수학 언어논리 철학적 경향에 치우쳐있고 화이트헤드, 비트겐슈타인, 논리 실증주의 쪽과 관련이 깊기에 그다지 추천되지 않는다.
Johannes Hirschberger 저, 강성위 역, 《서양철학사 상, 하》(이문출판사), 이 책은 사실 석사 이상 전공자들 용이라 보면 된다.
방학을 이용해 미친듯이 서양 철학을 개괄적으로나마 마스터해보겠다 한다면 추천한다.
Sterling Power Lamprecht(1890-1973)의 서양철학사는 조금 더 가볍지만 그래도 전공자 용이다.
전반적으로 쉽고 정확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3. 개론서를 봤다면 어떻게 공부해야하는가.
간단하다. 그 중 맘에 드는 철학자들을 골라라. 칸트면 칸트, 지젝이면 지젝 기타 등등.
철학자를 고른 후 원서를 읽어봐라 (시도만 해라)
그리고 모르겠으면 해설서를 봐라. 그리고 웬만큼 숙달이 되면 그 사람의 사상적 뿌리가 되는 철학자를 또 봐라. 그리고 반복하라.
예컨대 지젝의 경우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을 지독하게 지 멋대로 해석하는 편이다. (대단한 철학자긴 해도)
한마디로 원래 라캉 헤겔 마르크스의 의도 자체를 어느 정도는 무시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완성하는 스타일이다.
(지 말로는 자기가 진정한 의도를 해석한 거라고 우기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좋아하는 네임드 철학자와 사상을 흝다보면, 사실 화이트헤드의 말을 떠올리게 될 수밖에 없다.
"서양 철학은 사실 플라톤 철학의 주석일 뿐이다."
결국 다 이어지게 되어있고 전부 다 공부하게 될 것이다. 지젝 -> 헤겔 -> 스피노자로 가는 테크 마냥..
참고로 난 스피노자를 상당히 좋아한다. 엄청난 천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범신론적 세계관도 마음에 들고 ...
그럼 여기서 마친다. 질문도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