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일인당 국민소득 비슷한데 성장률 유독 높은 국가나, 외부 기대는 낮지만… 성장 잠재력 갖춘 나라
경제올림픽 금메달감 한국…제조업 선두 주자로 부상, 유연함·행동력이 장점… 5년간 연2.5~4% 성장할 것
저무는 브릭스 시대…기초경제 체력없이 원자재값 상승으로 호황… 러·브라질 특히 심각
"1990년대 차이나, 2000년대 인도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급성장하는 스타 국가들은 더 이상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특출한 국가들을 잘 주목하면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
250억달러(약 30조원)어치의 신흥국 주식을 굴리고 있는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신흥시장 총괄대표. 그는 이런 믿음으로 '이머징마켓 펀드'를 운용해 올 10월에만 15%의 수익률을 올렸다. 시장 평균(11%)을 4%포인트 웃도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눈부신 운용 성과를 쌓은 그는 입사 10년도 안돼 신흥시장 주식운용 총책임자(Head of emerging market equity and global macro)에 발탁됐다. 샤르마 대표는 그가 주목하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잠재력이 높은 신흥국'을 '브레이크아웃 네이션(Breakout Nations·비상하는 나라)'으로 명명하고 같은 제목의 책도 냈다. 뉴욕타임스(NYT)와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의 '2012년 비즈니스 북'에 선정됐다. Weekly BIZ가 최근 방한한 샤르마 대표를 만났다.
1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개념을 명료하게 설명한다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차이나)나 미크트(MIKT·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등은 각 나라의 성장속도 차이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는 단순 조합어다.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은 나라군을 특정하지 않고 개별 국가를 차별화된 시각에서 본다. 그때그때 시기에 따라 성장성이 높은 나라를 걸러내는 것이다. 지금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에 포함됐더라도 1~2년 후 탈락할 수 있다. 잣대는 두 가지다. 비슷한 일인당 국민소득 수준대에 속하는 나라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유독 높거나, 외부 기대는 낮지만 기대치를 뚫고 서프라이즈를 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느냐이다."
2 최근 세계경제 상황을 감안해 소득 수준대 별로 '브레이크 아웃 네이션'을 꼽는다면?
"1인당 국민소득 1000~5000달러 그룹에서는 필리핀, 5000~1만달러에선 태국, 1만~1만5000달러 중엔 터키, 2만~2만5000달러 그룹에선 한국을 각각 첫 순서로 꼽겠다. 1만5000~2만달러 국가 가운데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있는 나라가 많은데 그래도 굳이 얘기하라면 칠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와 체코가 돋보인다. 튼튼한 국가 재정과 저렴한 고급 인력, 건실한 제조업 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정직한 지도자가 선출된 나이지리아, 내전이 종식된 스리랑카도 눈여겨보고 있다."
3 소득 5000달러 이하 국가 가운데 인도가 아닌 필리핀을 선택한 이유는?
"만성적 정치불안과 족벌기업의 산업 장악으로 추락하던 필리핀이 이제 바닥을 친 것처럼 보인다. 2010년 취임한 아키노 3세 대통령이 정치·경제 개혁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에 대한 지지율도 높다. 유능한 관료들에게 권한을 넘겨주고 공정한 계약 입찰, 인프라 투자, 정부 부채 삭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높은 교육수준과 영어 구사능력도 장점이다."
4 터키는 지난해까지 8%대 성장률을 보이다가 올 상반기 3%대로 떨어지는 등 경제 활력이 크게 약화됐는데.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리더십이 견고하고 근면한 젊은 인구가 버팀목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터키에는 32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다. 이는 같은 기간 유럽연합 27개국이 창출한 일자리보다 더 많다. 8000만명의 소비 인구를 지닌 내수 시장도 뻗어갈 여지가 많다. 터키의 자동차 보유자는 총인구의 10%에 불과하다. 휴대폰·가전제품 소비도 늘어날 공간이 많다. 향후 적어도 연 4~5% 성장을 유지할 것이다."
5 한국에 대해 '경제올림픽이 열린다면 유일한 금메달 후보이다'라고 칭찬했는데. 이유는?
"최근 50년 동안 연평균 5%대 성장을 유지해온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다. 대만은 선진국의 도급을 받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에 머물러 있지만, 한국은 뛰어난 기술로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IT는 물론 산업장비·로봇공학·항공·생명공학·재충전 건전지·재료과학 같은 제조업으로 외연을 넓히며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유연함과 불도저 같은 행동력이 경쟁력 요소다. 또 가족이 소유하되 공개 상장하고 전문경영인이 뒷받침하는 한국 특유의 경영 모델도 성공적이다. 한국은 향후 5년간 연간 2.5~4%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6 세계 경제 비관론이 득세하고 '주식은 죽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주식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투자하기 괜찮은 수준이다. 투자 심리가 불안할 때는 항상 이런 류의 얘기가 나온다. 올 들어 10월 초까지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4%, 18% 상승했다. 미국 경제는 올 2분기 1.5% 성장으로 바닥을 쳤고 이제 계속 개선될 일만 남았다. 유로존이 붕괴되는 식의 테일 리스크(tail risk·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어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다."
7 브릭스(BRICs) 시대는 진짜 종말을 고했나?
"기초 경제 체력 없이 원자재값 상승으로 호황을 누린 브라질과 러시아는 특히 심각하다. 원자재 가격은 기술발달에 따른 공급 확대와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하락할 것인데, 이 경우 두 나라는 성장동력을 급격히 잃을 것이다. 인도는 만성적인 관료 부패와 정부의 섣부른 복지 정책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매년 1300만명씩 늘어나는 경제활동인구를 흡수할 일자리도 부족하다. 차이나는 정부·기업·가계의 부채 문제가 위험하다. 지하 경제인 '그림자 금융'에서 발생한 부채까지 포함하면 200%가 넘는다. 차이나는 향후 3~4년간 평균 6% 정도 성장률을 유지하겠으나 그 후 더 떨어질 수 있다."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출생 : 1974년 인도
학력 : 인도 스리람 상업대학(Shri Ram College of Commerce) 졸업
경력 : 1996년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입사, 현 신흥시장 총괄 대표·글로벌 자산배분전략위원회 위원
기타 : 월스트리트저널·타임·파이낸셜타임스 등의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