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血子)


인류의 오만은 언제나 가장 값싼 탐욕에서 시작되어 가장 고귀한 대가를 치르는 방식으로 파멸을 맞이한다.
서기 20세기의 황혼과 21세기의 새벽을 지나며, 대륙을 지배하는 거대한 제국은 유례없는 풍요에 도취해 있었다. 그들의 식탁 위에는 늘 기름진 음식이 넘쳐났고, 그중에서도 둥글고 거대한 ‘피자(Pizza)’는 제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왕의 양식이었다. 백성들은 매일 밤 화덕에서 구워져 나오는 황금빛 치즈와 붉은 토마토 소스를 베어 물며, 자신들의 문명이 영원히 굶주리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탐욕에는 끝이 없었다. 제국의 지배자들은 땀 흘려 밀을 수확하고 화덕을 달구는 대신, 더 손쉽게 피자를 얻을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들은 거대한 인쇄기를 돌려 초록색 종이, 즉 ‘달러(Dollar)’를 무한히 찍어내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재화와 대지의 곡물이 그들이 발행한 종이 한 장에 귀속되었다. 제국은 단 한 푼의 가치도 스스로 증명하지 않은 채, 오직 ‘피자 하나를 공짜로 먹기 위해’ 허공에서 돈을 창조해 냈다. 시장에는 달러가 강물처럼 넘쳐났고, 제국은 노동 없이 얻은 공짜 피자의 달콤함에 취해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하지만 우주의 저울은 결코 공짜를 허용하지 않는 법이다.
무한히 발행된 종이 조각들은 대지를 무겁게 짓눌렀고, 이내 통제의 통로를 벗어나 전 세계적인 파멸의 불꽃을 당겼다. 숫자의 붕괴는 곧 문명의 붕괴였고, 경제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영토와 패권을 둘러싼 처절한 전쟁으로 이어졌다. 공짜 피자를 탐했던 대가는 결국 제국의 국경을 넘어 아들들의 제복 위로 떨어졌다.
제국의 부름을 받은 수많은 청춘, 즉 부모의 가장 고귀한 ‘피자(血子)’들이 전선으로 향했다. 그들은 번영의 혜택을 누리던 자식들이자, 제국의 탐욕이 부른 전쟁의 제단에 바쳐질 제물이 부르는 이름이었다.
포성이 대지를 지나간 자리마다, 제국이 그토록 탐했던 허상의 번영 대신 깊은 상흔과 희생의 흔적이 강을 이루었다. 제국이 무한히 발행했던 달러 조각들은 문명의 위기 속에서 가치를 잃은 종이에 불과했다. 결국 탐욕에 대한 역사의 대가가 치러진 것이다.
시간이 흘러, 텅 빈 도시로 돌아온 것은 승리의 영광이 아니었다.
제국의 지배자들과 백성들의 손에 마침내 그들이 요구했던 결과가 배달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화덕에서 갓 구운 풍요로운 음식(Pizza)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갑게 접힌 국기이자,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돌아오지 못한 자식들의 고귀한 희생—즉, ‘자식들의 흔적(血子)’이었다.
인류의 역사에 이보다 더 잔혹한 역설은 기록된 적이 없다. 제국은 피자(Pizza) 하나를 공짜로 먹기 위해 무한한 숫자의 허상을 찍어냈으나, 운명의 신이 제국에 돌려준 최종 고지서에는 그들이 가장 아끼던 자식들의 희생, 피자(血子)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풍요의 시대를 마주한다. 그러나 그 번영의 외형을 바라볼 때마다, 역사는 우리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공짜 풍요를 향한 눈먼 탐욕의 끝에는 언제나 공동체의 거대한 희생이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가 누리는 모든 평화는 무한한 지폐가 아닌, 대지를 지켜낸 이들의 고귀한 헌신으로 채워진 것임을.

이 글은 탐욕으로 일어섰다 희생으로 주저앉은 문명의 성찰을 담은 기록이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인류의 역사적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