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가장 오래된 공학자

자연이라는 검증 기관에 바치는 헌사

❦
I

사바나의 회계

 

새벽의 사바나에서 치타가 달린다. 시속 백 킬로미터. 그러나 그 속도는 단 몇 초 동안만 유지된다. 그 짧은 폭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근육이 아니라 척추다. 치타의 등뼈는 굽혔다 펴지는 용수철이다. 네 다리가 땅을 박찰 때마다 척추는 압축되고, 다음 도약에서 그 에너지를 되돌려 놓는다. 그것은 근육이 만든 힘이 아니라 뼈가 저장한 힘이다.

임팔라는 다르게 도망친다. 수직으로 튀어 오르고, 방향을 꺾고, 다시 튀어 오른다. 그 몸통의 척추는 치타보다 더 유연하게 휜다. 탄성으로 저장하고, 탄성으로 돌려준다. 치타는 몇 초의 승부에 모든 것을 걸었고, 임팔라는 지속과 회피에 모든 것을 걸었다. 두 종은 서로 다른 설계도로 같은 사바나에 살아남았다.

여기서 질문 하나. 왜 이 두 설계가 살아남았는가.

그것은 저렴했기 때문이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며, 강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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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단어는 시(詩)가 아니라 회계다. 자연에는 예산이 없다. 그러나 낭비를 허용하지 않는다. 뼈 하나를 만드는 데 쓰인 칼슘은 다른 곳에서 쓰일 수 없었고, 척추 하나를 지탱하는 데 쓰인 인대의 강도는 다른 곳에서 아껴야 했다. 자연의 모든 구조는 이 총합 제로의 장부 위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II

저렴함의 미학

 

저렴함은 초라함이 아니다. 저렴함은 낭비가 없다는 뜻이다.

대퇴골의 목(neck)을 들여다보라. 그 안쪽의 해면골은 무작위로 얽힌 그물이 아니라, 하중이 지나가는 경로를 따라 배열된 골주(trabeculae)의 다발이다. 독일의 해부학자 폰 마이어와 스위스의 공학자 쿨만은 19세기에 이 배열이 응력선과 일치함을 알아냈다. 뼈는 자기가 받는 힘의 지도대로 스스로를 깎아 나간다. 필요 없는 곳에서는 흡수되고, 필요한 곳에서만 두꺼워진다. 이것이 저렴함이다.

거미줄은 같은 강도의 강철보다 무게 대비 다섯 배 강하다. 그러나 그 강함은 저렴함의 부산물이다. 거미는 단백질을 아껴야 한다. 그래서 실을 뽑는 대신 실을 배열한다. 나선의 간격, 방사상 실의 장력, 접착 방울의 밀도—모두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면적을 덮기 위한 배열이다. 자연은 재료를 늘리는 대신 기하를 늘렸다.

III

효과의 정밀

 

치타의 척추가 용수철이라면, 그 용수철은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휜다. 더 많이 휘면 척추가 부러지고, 덜 휘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임팔라의 척추가 탄성이라면, 그 탄성은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돌려준다. 더 많이 돌려주면 착지가 불안정하고, 덜 돌려주면 다음 도약이 늦다.

이 정밀함은 어디서 오는가. 설계자로부터 오지 않는다. 죽음으로부터 온다. 조금이라도 어긋난 설계도는 이미 사라졌다. 우리가 보는 것은 살아남은 것들이며, 살아남은 것들은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다.

우리는 살아남은 것만 본다. 살아남지 못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쌓여 있다. 그 무덤의 크기가 자연의 검증 기관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말해준다.
IV

강력함의 절제

 

강력함에도 절제가 있다. 자연의 강력함은 넘치는 힘이 아니라 정확히 전달되는 힘이다.

아치형의 발바닥은 체중을 뒤꿈치와 앞꿈치로 나눠 전달한다. 그 힘의 흐름은 아치의 곡률을 따라 흐르고, 어느 한 점에도 집중되지 않는다. 이것이 강력함이다. 힘을 분산시키는 것. 같은 이유로 척추의 만곡(경추 전만, 흉추 후만, 요추 전만, 천추 후만)은 곧은 기둥이 아니라 S자 곡선이다. 곧은 기둥은 압축에는 강하지만 굽힘에는 취약하다. S자는 압축을 굽힘으로 바꾸고, 굽힘을 다시 압축으로 바꿔가며 힘을 소산한다.

자연은 힘을 이기지 않는다. 힘을 돌린다. 이것이 수십억 년의 검증을 통과한 강력함의 정체다.

V

무덤의 크기

 

자연계는 냉혹하다. 저렴하지 않거나, 효과적이지 않거나, 강력하지 않은 설계도는 결국 피식된다. 그리고 그 유전자군은 사라진다. 이것을 우리는 진화라 부르지만, 진화라는 말은 너무 온화하다. 정확히 말하면 회계다. 매 세대마다 장부가 닫히고, 적자(赤字)는 삭제된다.

이 장부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었는가. 생명의 역사는 약 38억 년이다. 그 38억 년 동안 닫힌 장부의 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많다. 그 무덤의 크기가 자연의 검증 기관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말해준다.

VI

베끼는 자의 겸손

 

인류의 기술은 종종 발명이라 불린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대부분 재발견이다.

벨크로는 우엉의 갈고리에서 왔다. 신칸센의 앞부분은 물총새의 부리에서 왔다. 잠수함의 선체 형상은 돌고래의 유선형에서 왔다. 모기의 침은 마취 성분을 먼저 주입하는 미세 유체 구조에서 왔다. 연꽃잎의 초소수성 표면은 자가 세정 도료로, 상어의 비늘은 항균 표면으로 옮겨졌다.

이 목록은 겸손의 목록이다. 우리가 발명했다고 믿는 것들의 상당수가 이미 자연의 장부에 등재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 항목을 다시 발견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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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를 보면 배울 것이 많다. 그냥 그대로 따라 가는 게 현명하다. 왜냐하면 수없이 검증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라 간다”는 말은 “베낀다”는 말과 다르다. 베끼는 것은 형상이고, 따르는 것은 원리다. 치타의 척추를 그대로 베낀 기계는 치타가 없는 환경에서 죽는다. 그러나 치타의 척추가 구현한 “탄성 저장과 반환”의 원리는 어떤 기계에도 옮겨질 수 있다.

자연은 형상의 설계자가 아니라 원리의 설계자다.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형상이 아니라 원리다.

VII

오래된 설계자의 필체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자연은 가장 오래된 공학자다. 그 설계도는 종이 위에 있지 않고, 살아 있는 몸 위에 있다. 그 설계도에는 서명이 없고, 날짜가 없고, 특허 번호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38억 년의 검증을 통과한 유일한 설계도다.

우리가 방정식을 세울 때, 자연은 이미 그 방정식의 해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구조물을 설계할 때, 자연은 이미 그 구조물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두었다. 우리가 “발명”이라 부르는 순간에도, 자연은 조용히, 아주 오래 전에 같은 문제를 풀어 두었다.

자연에는 발명이 없다. 오직 발견과 재발견, 그리고 폐기만이 있다.
폐기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살아남은 것들만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러니 겸손하자. 우리의 설계는 아직 장부에 오르지 않았다. 자연의 장부는 수십억 년 동안 닫혀 왔고, 우리의 장부는 이제 막 열렸다. 오래된 설계자의 필체를 읽는 것이, 가장 젊은 설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이다.

가장 오래된 공학자는 지금도 사바나에서 달리고 있다. 우리는 그 발자국을 읽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