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이시가키 섬에서 가장 핫한 '히토시'라는 음식점인데 가기 일주일 전 겨우겨우 통화해서 자리 예약)
최근에 3박4일간 일본 이시가키(오키나와보다 아래, 일본 최남단, 대만 옆) 여행을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진에어 귀국편을 탔어.
(이시가키 – 인천 비행편은 하루에 한 편이 유일해).
출발 예정 시각은 오후 1시 30분.
승객 탑승도 모두 끝났고, 비행기는 이미 활주로로 이동한 상태였지.
이제 막 이륙을 기다리고 있던, 어쩌면 기내가 가장 조용한 순간이기도 해.
그런데 갑자기 비상구 바로 앞좌석 창가 쪽에 앉아 있던 여자가(30대 중반 정도?) 울기 시작했어.
그냥 낮은 소리로 흐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엉엉 소리를 내며 울어서 순간적으로 기내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어.
내 자리 기준으로 복도 건너 오른쪽으로 세 번째 자리라 너무도 생생했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내가 말했잖아요. 힘들다고.” 라는 말을 반복하는 게 들렸는데,
이륙 직전의 비행기 안이다 보니 다들 많이 당황하고 술렁이기 시작하는 분위기였지.
나도 순간적으로 ‘아버지 부고 소식 같은 걸 들었나?’ 하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울음이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 커졌어.
결국 이륙을 위해 다 자리에 앉아 있던 기내 사무장과 승무원들이 다가와서 진정시키려 했는데,
그때부터의 상황이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어.
그 여자는 처음 보는 사무장과 승무원을 보더니 “내가 도와달라고 했잖아요. 그땐 왜 그러셨어요?” 라며 따지듯 말하다가,
갑자기 표정을 바꿔서 미소를 지으면서 “괜찮아요. 제가 한심해 보이죠?” 라고 말하기도 했어.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이 계속 바뀌는 게 느껴져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불안하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
특히 그 자리가 비상구 바로 앞이라서 그런지, 승무원들이나 승객들도 상황을 꽤 심각하게 보는 게 느껴졌어.
갑자기 돌변해서 바로 뒤 비상구 문을 열수도 있잖아.
단순히 슬퍼서 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보였거든.
기내 분위기는 점점 날카로워졌고. 이륙이 계속 지연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야! 이 미친*아. 그냥 빨리 내려” 하는 소리도 나오기 시작했지.
승무원들이 바쁘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 기장이 기내 방송을 하더라고.
이륙을 뒤로 미루고 다시 계류장으로 돌아간다고.
문제의 여자와 일행으로 보이는 3명까지 포함해 총 4명이 내리게 됐고,
그 사람들의 위탁 수하물도 전부 다시 내려야 해서 시간이 계속 지체됐지.
이 과정 때문에 출발은 1시간 30분 넘게 지연됐고, 솔직히 많이 피곤했고 짜증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최선이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여자는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앓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다시 생각해보니 울음, 분노, 갑작스러운 미소, 자기비하 같은 말들이 짧은 시간 안에 반복된 게 너무 이상하긴 했어.
처음 겪어 본 조울증이라 디게 무섭드라.
생각해보니 만약 이 상황이 이륙 후, 하늘 위에서 2시간 30분동안 벌어졌다면 훨씬 더 큰 혼란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상에서 정리하고 출발을 늦춘 선택이 결국은 모두를 위한 결정이었겠구나 싶었지.
즐거웠던 여행의 마지막이 엉망진창이 되고, 예정보다 1시간 30분 이상 늦게 귀국하는 바람에 다음 일정도 엄청 꼬여 버렸지.
150명 넘게 있던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일 거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