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廣場] 北은 왜 ‘쌍팔년도식 심리전’에 당황하는가
- 황근 선문대
-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뉴 데일리 입력 2024.06.25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신경전도 점점 도를 더해가고 있다.
북한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미사일 시위를 넘어, 그동안 남북 간에 체결됐던 모든 합의문을 무효화하고
민족 의식 자체를 말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강하게 대응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휴전선 일대의 군 확성기 방송과 탈북민들이 풍선에 실려 보내는 전단지가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정권은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급기야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초음속 미사일과 하이브리드 심리전이 주도하는 21세기에 ‘쌍팔년도식 심리전’이 논란이 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단지, 확성기 방송에 대해 북한 정권의 반응은 아주 신경질적이다.
‘쓰레기 풍선은 표현의 자유’라고 억지 주장을 했던 김여정이 "국경 부근에 더러운 휴지장과 물건 짝들이 널려졌다"며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렸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솔직히 많은 국민은 북한이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테렌스 퀄터라는 학자는 선전매체를 ‘원초적 도구’와 ‘2차 도구’로 나눈 바 있다.
원초적 도구란 선전 메시지를 실재적 형태로 전달하는 웅변·루머·집회·시위에서부터 유니폼·포스터·전단 같은 것들을 포함한다.
반면 2차 도구는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매스 미디어들을 말한다.
이 중에 어떤 매체를 사용할 것인지는 ‘활용가능성’(availability) ‘도달범위’(coverage) ‘수용자의 해독 능력’(literacy)
‘목표 대상의 매체 이용 상황’ 같은 요인들을 고려해 결정된다.
이런 요인들로 보면 전단지와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선전매체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외부로부터 정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미디어와 네트워크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하는 사실상 왕정국가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배집단과 다수 인민을 심리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체제를 변화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불과 30~40㎞ 정도의 휴전선 접경 지역 병사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전단지와 확성기 방송은 북한 체제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 외곽에 진지를 구축하고 4년 넘게 대치하면서 양측은 엄청난 전단지 공세를 전개했다.
협상국들이 6595만 장, 독일이 225만3000장을 살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단지 내용은 주로 적 후방의 정치 지도자와 군 수뇌부의 부도덕성을 공격해 병사들과 이반시키는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피에 굶주린 카이제르’(Bloody Kaiser) ‘살인자 처칠’ 같은 것들이다.
전단지 심리전은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이 태평양 지역에 뿌린 전단지가 80억 장이 넘고, 6·25전쟁 중에는 25억 장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진지전 기간 중에는 매주 2000만 장이 넘었다고 한다.
최초의 스마트 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도 수천만 장의 전단지가 뿌려졌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까지도 전단지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특히 북한처럼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폐쇄사회에서 별도의 수신 수단이 필요 없는 전단지나 확성기 방송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여기에 언어장벽이 없는 같은 민족이라는 점은 효과를 더욱 배가시킬 수 있다.
더구나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이 이미 위헌 판결이 난 ‘대북전단 금지법’을 다시 거론하고,
몇몇 지자체에서는 접경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이유로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된 정보는 어떤 수단으로 통제하더라도 결국 물 흐르듯 스며 들어가게 되어 있다.
북한 정권이나 일부 정치인들이 전단지·확성기 방송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그 내용이 진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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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