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가 그닥 없는 우리 이모네들 중 한 분은 한남자가 있는 남부러울 거 없는 부잣집이다.
당연하다고 할 건 또 아니긴 하지만 암튼 그 집구석에게서 직접 도움을 받아본 적은 없고, 외할머니도 돌아가셔서 모일 일이 없게 된 지금은 뭐 그냥 결혼식 같은 게 있으면 가고 그런 정도의 친분만 유지하는 식이다.

그 집 이종사촌은 나보다 다섯 살 어린 여자애랑 그 남동생 둘로 부잣집에서 고웁게 자란 아가씨와 도련님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7~8년 전 이야기인데, 누나와 엄마가 대화 하면서 그 여동생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상대는 회계사. 다른 조건은 모르지만 직업 하나만 봐도 암튼 부잣집 아가씨의 상대로 부족함이 없었다.
배 나온 대머리 아저씨 회계사는 틀림없이 아닐 터이다.

누나와 엄마가 대충 옆에서 찍소리 않고 앉아 있던 나를 보면서 말했다.
너도 그런 아가씨 만나서 결혼해라

덕담으로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벌써 앞자리 3을 찍은 나란 남자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애처럼 펑펑 울었다.

서른 넘도록 모쏠에 별볼일 없는 회사에서 코드 짜면서 월 200이나 받을까 말까
마땅한 자산도 없고

그런 사람한테 남이 그런 소리를 하면 존나 멕이는 걸로 받아들이고 대충 웃고 넘어가면 될 일이지만
가족이 그러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그렇게는 못 해요
답 없어요
그런 걸 원해도 소용 없어요
미안해요


차마 그런 말도 못 하겠고, 누나랑 엄마는 놀라기보다는 황당해했다. 당연하지 그냥 좋은 얘기 해줬을 뿐인데 다 큰 아저씨가 저렇게 서럽게 울다니. 머저리라고 해도 할 말은 없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 찐찌버거라는 단어가 좀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그게 딱 나다.

집에서 유일하게 4년제 대학도 나온 막내 아들이지만 어지간히 속 썩이는 짓거리도 많이 했고, 지금도 장가 못 가고 그냥 이렇게 늙어가는 노총각 입장에선 김연아 같은 잘나가는 애들 결혼하는 걸 보노라면 항상 저 때 생각이 나면서 엄마 아부지한테 죄송하기만 할 따름이다. 결정사 하고 있는 것도 부모님께는 말씀을 안 드렸다. 까이고 까고 하면서 돈낭비 시간낭비 하는 꼬락서니 차마 못 보여드리겠어가지고... 친구들이 야 여자 좀 잘 만날 거 같냐 하는 거랑 부모님이 이번에 만난 애는 어떠니 하는 거랑은 역시 차원이 다른 얘기다...